이천시민 사상초유 '집단삭발'

  • 입력 2007년 2월 23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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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하이닉스 이천공장증설쟁취 범도민대회'에서 이천시민 300여명이 집단 삭발했다.

지난달 25일과 26일 국회와 과천 정부청사 집회에서 200여명이 삭발한 것을 합치면 인구 19만명의 도농복합 소도시 이천에서 500여명이 하이닉스 반도체 이천공장 증설허용을 요구하며 삭발에 참여한 것으로, 전례없는 삭발 집단행동이다.

집단삭발에는 지난달 한나라당 이규택(이천.여주) 의원과 조병돈 시장, 시.도의원, 각급 사회단체장 등 중앙.시단위 지도층 인사들이 참여한데 이어 이날 집회에서는 읍면동단위 새마을지도자와 전직 사회단체장, 이장단 등이 삭발해 참여했다.

이.미용사 120명이 동원된 이날 삭발식에는 조 시장 부인까지 동참했고 조 시장과 여성대표 등이 목칼 퍼포먼스까지 벌이면서 '비장감'을 더했다.

이후에도 서울광장과 이천시내 등에서 추가 집회가 예정돼 있어 집단 삭발사태가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집회를 주도한 이천시 비상대책위원회측은 집단삭발에 대해 "이천은 물론 전국에서 유례없는 일"이라며 "평화적이고 합법적인 방법으로 시민들의 결연한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천시민들이 처한 절박한 심정을 국민과 정부에 알리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집단삭발이라는 투쟁수단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지역 단체장들이 일사불란하게 삭발투쟁을 벌여야한다는 시각도 있고 경기지사와 전직 시장까지 삭발참여를 요청해 당사자들이 난처해했다는 후문도 나오고 있다.

비대위측은 "이천시민 19만명 가운데 3분의 1이 직.간접적으로 하이닉스와 연관이 있다. 현재 이천 사업장에는 9천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공장이 증설되면 6천명의 추가 고용이 발생한다. 하이닉스 공장 증설은 이천 시민에게 사느냐 죽느냐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천시비대위 최병재 사무국장은 "이천시는 팔당상수원 수질보전을 위한 각종 중복규제로 수도권에서 낙후되고 인근 시군과 비교해 상대적 박탈감이 큰 지역"이라며 "주민 반발은 하이닉스 공장증설 문제로 촉발됐지만 수도권, 특히 팔당 규제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이 폭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집단삭발로 고조된 분위기와는 달리, 비대위측은 과격한 집단행동은 자제하는 대신 하이닉스 주식갖기 운동, 촛불집회 등을 이어가며 각 분야 전문가의 지원을 받아 논리적으로 대응에 나서기로 하는 등 장기전 태세로 돌입했다.

이를 반영하듯 비대위는 이날 집회 후 전달된 '대통령께 드리는 글'에서 예전의 공격적인 표현 대신 구리 유해성에 대한 논리적인 반박과 함께 "환경도 보전하고 국가경제도 살릴 수 있다는 간절한 생각에 감히 건의드린다"는 호소를 담았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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