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골프채 속여 판 일당 덜미

  • 입력 2007년 1월 23일 17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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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20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모 초등학교 앞에서 차에 탄 채 초등학교 4학년인 아들의 하교를 기다리던 중소기업 사장 박모(50) 씨에게 중년남성 두 명이 접근했다.

한국공항정보 회사 직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40대 남성은 사원증을 보여주며 "공항에서 압수된 후 공매를 통해 낙찰 받은 골프채를 싸게 살 생각이 없냐"며 시가 3000만 원 상당인 일제 '혼마' 골프채 세트를 800만 원에 팔겠다고 제의했다.

이들이 꺼낸 골프채에는 혼마 골프채의 특징인 별 다섯 개가 새겨져 있었고 물품송장 수입신고서, 수입신고필증도 첨부돼 있었다.

명품 골프채를 싸게 살 수 있다는 데 마음이 동한 박 씨는 자신을 세관원 반장이라고 소개한 50대 남성과 함께 은행에 가서 계좌이체를 통해 800만 원을 지급했다. 이들은 사은품이라며 천체망원경(시가 20만 원)과 노트북(시가 50만 원)을 골프채와 함께 줬다.

하지만 회사에 돌아와 보니 이들이 판 것은 시가 30만 원짜리 중국산 '혼다' 골프채 세트였다.

박 씨는 이들의 차번호를 기억해 경찰에 신고했다.

수도권 일대의 고속도로 톨게이트, 한적한 국도, 주택가와 학교 앞에서 중국산 골프채를 명품인 것처럼 속여 원가의 수십 배로 팔아온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23일 세관원과 공항 관련 회사 종사자를 사칭해 접근한 뒤 중국산 저가 골프채를 600만~1000만 원씩에 팔아 모두 2억 원을 가로챈 혐의(상습사기)로 서모(45) 씨 등 2명을 구속하고 외국으로 달아난 황모(52) 씨 등 2명을 수배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05년 3월부터 40여명에게 중국산 골프채 세트를 팔아 2억여 원을 챙겼다.

경찰조사 결과 이들이 사칭한 한국공항정보 회사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최근 수도권 일대에서 중국산 저가 골프채를 속여 파는 이들이 200여 명에 이를 정도로 극성을 부리고 있다"며 소비자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장원재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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