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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1월 15일 12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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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사고에 대해 제조물 결함 입증 책임을 제조사에 지운 판결은 제조물책임법이 시행된 2002년 7월1일 이후 이번이 처음으로, 이 판결이 대법원에서도 확정되면 앞으로 교통사고 손해배상 책임을 둘러싼 분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법 민사1부(부장판사 유승정)는 이모(30), 김모(29·여) 씨와 이들의 가족 등이 "차량 결함으로 교통사고가 나 피해를 봤다"며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현대차는 8630여만 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측에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15일 밝혔다.
이 씨는 2001년 8월 30일 현대자동차가 만든 그레이스 승합차를 몰고 경부고속도로를 시속 약 90㎞로 달리던 중 갑자기 차체가 왼쪽으로 쏠리면서 중앙분리대를 들이 받아 차량이 뒤집히는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이 씨는 전치 8주의 상처를 입었고 함께 타고 있던 같은 회사 직원 김 씨는 신경이 손상되는 중상을 입었다.
사고 후 이 씨 등은 "승합차 왼쪽 뒷바퀴의 베어링 결함으로 차축이 부러지는 바람에 사고가 났다"고 소송을 냈으나 1심 재판부는 "차량 결함으로 볼 수 없다"며 자동차 제조사 쪽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 당시 현대자동차 측은 "차축이 부러진 건 제조상의 결함 때문이 아니라 졸음운전을 한 이 씨가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차량 결함이 생긴 구체적 원인을 알지 못해도 차량 결함이 아닌 다른 원인 때문에 사고가 났다는 것을 제조사가 입증하지 못하면 그 차량은 합리적 안정성을 갖추지 못한 결함이 있었고, 이 결함으로 사고가 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자동차의 생산과정은 전문가인 제조사만이 알 수 있고 일반인이 자동차의 결함과 사고발생의 인과관계를 기술적으로 입증한다는 것은 지극히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 씨 등의 변론을 맡은 이민석 변호사는 "소비자 측에서 자신의 과실이 없었다는 점을 입증할 경우 제조사 측은 그 사고가 자동차의 결함 때문에 생긴 게 아니라는 점을 입증해야만 손해배상 책임을 면할 수 있다는 의미의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이종석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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