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맏형’ 수명연장의 꿈 이뤄질까

  • 입력 2007년 1월 15일 02시 54분


11일 오후 부산 기장군의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고리원자력본부.

겹겹이 바리케이드가 쳐진 정문 분위기는 삼엄했다. 서울 본사 직원도 출입증을 받고 삼중의 검문을 통과해야 발전소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이곳 해안을 따라 국내 최초의 원자력발전소인 고리 1호기부터 4호기까지 원전 4기가 줄지어 있다.

그러나 6월이면 이들 ‘고리 원전 형제’의 처지는 달라진다. 맏형 격인 고리 1호기가 올해 6월로 설계 수명을 다하고 ‘존폐(存廢)’의 기로에 서기 때문이다.

1977년 6월 19일 처음 원자로를 가동한 고리 1호기의 설계 수명은 30년. 이에 따라 고리 1호기는 ‘계속 운전을 해도 좋다’는 정부의 허가가 나지 않으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운명에 처해 있다.

○ “고리 1호기 10년간 더 쓰겠다”

고리 1호기의 ‘신경중추’에 해당하는 중앙제어실(MCR)을 찾았다. 1995년 장비 교체 이후 이곳의 제어 설비는 컴퓨터로 자동 통제된다. 발전소 운영 상황도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공개된다. 이 원전의 주 발전기도 지난해 새것으로 교체됐다.

1982년 입사한 한수원 고리원자력본부 중앙제어실 권양택 부장은 “안전성을 평가해 핵심 시설을 교체해 왔다”며 “원전 직원 누구도 고리 1호기의 수명이 다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수원은 지난해 6월 ‘고리 1호기를 10년간 더 쓰겠다’며 과학기술부에 안전성 평가를 신청했다. 미국과 유럽보다 높은 안전 기준을 만족시킬 정도로 안전하며 경제성도 높다는 주장이다.

58만 kW급 원전인 고리 1호기의 2005년 한 해 발전량은 43억8000만 kWh. 경기 안양시 주민이 1년간 쓸 전력량이다. 석유로 대체하면 90만 t, 석탄은 132만 t, 액화천연가스(LNG)는 66만 t에 해당하는 양이다.

한수원은 2800억 원을 들여 보수하면 고리 1호기를 계속 운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반면 폐로(廢爐)시키는 데는 최대 15년간 3500억 원이 들고, 100만 kW 원전을 새로 지으려면 2조5000억 원이 필요하다.

○ 총성 없는 에너지 전쟁

세계 각국은 석유 등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저(低)탄소’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원전에 주목하고 있다.

2006년 9월 현재 미국 프랑스 영국 일본 등 세계 31개국이 원전 448기를 운영하고 있다. 이 중 영국 일본 등의 원전 23기가 설계 수명을 넘겨서도 운영되고 있다. 한때 원전 폐기 정책을 추진했던 독일 스웨덴 이탈리아 등에서도 정책 변화의 기류가 엿보인다.

한수원이 고리 1호기에 매달리는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고리 1호기가 앞으로 설계 수명이 다하는 월성 1호기(2012년) 등의 선례가 돼 자칫 ‘원전 폐로 도미노’ 현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주민과 신뢰 회복이 부활의 열쇠

일부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는 고리 1호기를 10년 더 운전하는 것에 반대한다. 오래된 원전의 안전성을 믿을 수 없다는 것.

고리원자력본부 주변 기장군 장안읍 월내리에는 ‘계속 운전은 주민들의 죽음 연장’이라고 쓰인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지난해 6월 ‘계속 운전’을 위한 주민설명회도 주민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이곳에서 8년째 식당을 운영한다는 한 주민은 “나라를 위해 하는 일이라서 무조건 반대할 수는 없다”면서도 “주민들 의견이 모두 달라 드러내 놓고 찬반 의견을 말하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고려대 행정학과 김영평 교수는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국가 정책에 대한 불신이 크다”며 “다수의 선택을 존중하는 민주주의 원칙에 따른 해결이 국가적 손해를 막는 길”이라고 말했다.



고리 1호기 연혁
일자내용
1967년 10월장기전원개발계획(50만 kW급 원전 2기 1976년까지 건설) 수립
1977년 6월 19일원자로 가동
1978년 4월 29일상업 운전(세계 21번째 원자력발전국 진입)
2006년 6월 16일정부에 계속 운전을 위한 안전성 평가서 제출
2007년 6월 2일운전 정지 예정
2007년 12월계속운전 심사 결과 발표 예정
자료: 한국수력원자력

부산=박 용 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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