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이 사람/환갑에 유치원 자원봉사 나선 소혜숙 씨

  • 입력 2006년 12월 20일 06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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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할머니 선생님’이시다. 오늘도 재미있는 동화책 읽어 주세요.”

18일 오후 1시 대구 북구 서변유치원. 이 유치원 보조교사인 소혜숙(60·여) 씨가 교실에 들어서자 원생 10여 명이 소 씨의 손을 잡아끌며 “함께 놀자”며 주렁주렁 매달렸다.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핀 그는 어린이들을 일일이 안아 주거나 등을 두드려 주며 “그래 무슨 동화책 읽어 줄까”라고 말한 뒤 동화책을 골라 금방 ‘동심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그가 이 유치원에서 보조교사 활동을 한 것은 6개월 전부터.

대구시교육청이 올해 6월 초 자원봉사자 자격으로 유치원 보조교사로 일할 50, 60대 여성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내자 지원서를 제출해 뽑혔기 때문이다.

“유치원에 매일 규칙적으로 출근해 아이들과 함께 웃고 지내니까 보람을 느끼고 스트레스도 해소돼 삶에 큰 활력소가 되고 있습니다.”

8년 전 자궁암을 앓은 그는 이 유치원에서 보조교사로 일하기 전에는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아가 진료를 받을 정도로 몸이 좋지 않았으나 최근 눈에 띄게 건강한 모습을 되찾았다.

매일 오전 9시 출근해 오후 2시까지 이 유치원 원생들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보살피고 있는 그는 동화책 읽어 주기, 급식 지도, 대소변 돕기, 현장학습 지도 등의 일을 하고 있다.

대학 시절 2급 정교사 자격증을 딴 그가 교직에 몸담기는 이번이 처음.

그는 “원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기보다는 그냥 친구가 돼 준다는 생각을 갖고 아이들의 이야기를 잘 듣고 끝까지 비밀을 지켜주는 편”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단순히 유치원 선생님들을 돕는 일을 하고 있을 뿐인데 매일 원생들에게서 편지나 사탕 선물을 받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며 활짝 웃었다.

원생들과 함께 유치원 부근의 함지산에 올라가 도토리를 줍고 그림도 그린 게 기억에 남는다는 그는 “유치원을 마친 뒤 오후 내내 학원만 5곳을 가는 원생도 있다”며 “미취학 어린이들은 마음껏 놀게 해 주는 등 아이답게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소 씨의 서변유치원 자원봉사활동은 13일 시교육청에서 열린 여성자원봉사자 유치원 보조교사 활용사업 평가회에서 우수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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