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 집행부, 도덕성 타격으로 퇴진 기로에

  • 입력 2006년 12월 12일 14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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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노조가 지난해 상반기 취업비리 사건에 이어 올해 현직 집행부 간부가 납품비리 혐의로 구속되면서 도덕성에 큰 타격을 입는 등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취업비리 때는 일부 전·현직 노조대의원이 구속됐지만 노조 집행부 현직 간부가 비리혐의로 구속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 내부의 충격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지법 영장전담 강후원 부장판사는 지난 11일 현대차 노조 창립기념품 납품계약 체결 과정에서 자격이 없는 업체와 계약하고 허위 서류를 작성하는 등의 혐의(업무상배임.사문서위조)로 울산 동부경찰서가 신청한 현대자동차 노조간부 이모(44)씨와 납품업체 우모(45)씨 등 2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강 판사는 "피의자들이 범죄사실을 부인하고 있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영장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5월 노조 창립 기념일 기념품을 선정하면서 자본금이 모자라 입찰자격 기준에 미달되는 대구의 D상사와 계약한 혐의를 받고 있고 우씨는 현대차 노조와의 계약 과정에서 보증보험증권을 위조해 제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경찰은 현재 D상사 관계자가 기념품 납품업체로 선정될 경우 현대차 노조와 가교 역할을 한 우 씨에게 1억원을 제공하겠다는 진술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져 금품수수 비리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이번 사태와 관련, 일부 현장 노동조직은 도덕성에 타격을 입은 노조 집행부 사퇴론을 거론하면서 임기 1년여를 남겨둔 현 집행부가 위기를 맞고 있다.

실제 이 회사 8대 집행부의 경우 2000년 대우자동차 해외매각 반대 광고를 중앙일간지에 실은 뒤 광고비를 직접 지급하지 않고 회사 돈으로 대납했다가 도덕성 시비에 휘말려 임기 10여개월을 남긴 채 중도 사퇴하기도 했다.

현장 노동조직의 하나인 전민투는 노조 임시대의원대회가 열린 지난 11일 현대자동차 문화회관에 내건 '노조 창립기념품 의혹 진실을 밝혀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통해 "노조의 근간인 도덕성, 자주성, 투명성이 짓밟히게 된다면 조합원들로부터 고립되고 외면당하는 만큼 철저하게 진실을 밝혀야 하고 노조간부가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를 해서 업무상 배임죄가 인정된다면 집행부는 즉각 퇴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조직인 현대차 신노동연합의 서중석 대표도 "노조의 도덕성에 치명적 상처를 입힌 집행부는 퇴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대위'라고 밝힌 조합원도 노조 홈페이지를 통해 "실무자나 임원 한두명 사퇴한다고 모든 것이 묻혀갈 사안은 아니며 12대 집행부 총사퇴만이 현대차 노조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태를 놓고 도덕적 책임을 외면할 수 없는 현대차 노조 집행부도 현재 사퇴 여부 등 거취문제로 고민에 빠진 것으로 알려져 노조의 최종 입장 표명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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