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탄현 주상복합 인허가 정관계 로비의혹

  • 입력 2006년 12월 8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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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고양시 탄현역 주변 주상복합아파트 시행사인 K사가 정관계 등에 로비한 명세가 담긴 수첩과 관련자 진술을 확보한 검찰은 이 회사 대표 정모(57) 씨의 신병 확보를 관건으로 보고 있다.

정 씨는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핵심 인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5일 ‘로비수첩’을 작성한 이 회사 고문 김모(50) 씨를 체포한 데 이어 정 씨의 신병까지 확보하면 로비의혹 수사는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2명이 핵심”=검찰은 정 씨와 김 씨 등 2명을 K사의 정관계 로비의혹의 핵심 인물로 보고 있다.

모대학 건축학과를 졸업한 정 씨는 건설 시행 추진에 밝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 씨는 경기 화성시 동탄신도시의 주상복합건물 사업에도 관여하고 있다고 한 업체 관계자는 전했다.

지난해 4월 K사가 H사를 인수한 이후 정 씨는 K사의 대표이사 자격으로 탄현역 주변 주상복합아파트 건설 사업에 본격적으로 손을 대기 시작했다.

1999년부터 여러 회사가 수년째 추진해 오다 중단된 사업이 지난해부터 조금씩 실마리가 풀린 배경에는 정 씨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그동안 국회의원과 고위 공직자 등이 주상복합아파트 사업의 편의를 봐 달라는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시민단체 등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검찰은 또 정 씨가 정관계, 금융계, 법조계 인사 등에게 로비를 했을 당시 체포된 김 씨의 역할도 상당했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K사가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정치권에 로비를 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고양시 조례가 애초 K사가 원했던 방향으로 개정됐다가 문제가 불거지자 하향 조정된 부분도 석연치 않다.

K사는 당초 주거용 아파트와 상업시설의 비율을 9 대 1로, 용적률을 600%로 가정하고 사업을 추진해 왔다. 59층, 3300여 채 규모는 주거시설 대비 상업시설 비율 9 대 1, 용적률 600%를 전제로 산출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고양시의회는 지난해 11월에는 일반상업용지에 대해 주거 비율이 90% 미만일 경우 용적률 600%를 적용하는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특혜와 과밀개발 등을 이유로 시에서 반발하자 시의회는 올해 5월 이 같은 용지에 대해 용적률을 500%로 하향 조정했다.

시 집행부가 이마저도 자체 기준(450%)을 적용하고, 검찰 수사설이 불거지자 시의회는 최근 다시 조례를 개정해 현재 용적률 450%로 조례가 바뀌었다.

▽K사 인수 이후 사업 가속도=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동 용지는 1999년 도시지역으로 편입되면서 일반상업용지로 지정됐다.

I사가 2000년 일부 용지를 매입하는 등 주상복합아파트 건축 의사를 밝혔으나 용지 매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포기했다.

2002년 8월 이후 H사가 적극적으로 사업 추진을 했으나 토지매입 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지난해 4월 K사에 경영권을 넘겼다.

K사가 인수한 이후 사업 추진이 눈에 띄게 빨라졌다. K사는 앞선 두 회사가 소유했던 용지를 포함해 2만873평 중 90%가량을 매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가의 토지매입 대금은 프로젝트 파이낸싱 방식으로 금융기관에서 대출 받았다. 지난해 9월 군인공제회에서 3600억 원을 대출받았던 K사는 올해 6월 국민은행에서 6700억 원을 추가로 대출 받았다. K사는 이 돈으로 군인공제회의 대출금 3600억 원을 되갚은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4월 국내 유수 건설회사 D사와 시공 계약을 마무리한 K사는 지난달 고양시에 교통영향평가보고서 초안을 접수시켰으며 해당 용지를 도시기본계획에 포함시켜 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내년 초로 예정된 사업 인허가 등 사실상 마지막 관문만 남은 셈이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고양=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수원=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과거 건설비리 거물 탄현 집합?

분당 파크뷰-경성비리등 연루자들 다시 등장

경기 고양시 탄현역 주변 주상복합아파트 사업을 추진한 시행업체 K사 관계자 중에는 과거 대형 비리 사건 때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랐던 인사가 여럿 포함돼 있다.

수원지검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선 K사 대표 정모 씨는 2002년 5월 경기 성남시 분당 파크뷰 주상복합아파트 특혜분양 사건으로 구속된 경력이 있다.

P사 사장이기도 한 정 씨는 P사 이름으로 경기 화성시 동탄신도시에도 대규모 주상복합아파트 건설 시행을 맡고 있다.

분당 파크뷰 사건은 2002년 5월 김은성 전 국가정보원 2차장이 “고위 공무원 등 130여 명이 파크뷰 아파트를 특혜분양 받았다”고 주장한 것이 계기가 돼 수원지검 특수부가 수사에 나섰고, 정 씨는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됐다.

정 씨에게는 부하 임원을 시켜 하청업체에 설계비를 과다계상해 주고 1억5600만 원을 받은 혐의가 적용됐다.

당시 정 씨의 K건축사무소는 성남시 백궁정자지구 용도변경 타당성 용역과 설계를 수주해 아파트 용지 용도변경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 부분은 드러나지 않았다.

애초 탄현역 주변 주상복합아파트 건설 사업을 시작한 인물은 1998년 경성비리 사건으로 구속된 이모 전 사장으로 알려져 있다.

이 전 사장은 당시 경기 용인시 기흥과 탄현 지역 토지개발 사업 과정에서 한국부동산신탁의 자금 지원을 받기 위해 정치인과 한국감정원 간부들에게 청탁을 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징역 4년에 추징금 150만 원을 선고받았다.

이 전 사장은 출소 후 시행업체인 H사를 설립했고 이후 국내 최대 설계회사였던 정 씨의 K건축사무소와 회사를 합쳐 지금의 K사로 이름을 바꿨다.

이 두 핵심 인물 외에 이번 사건에는 과거 대형 건설 비리 사건에 연루됐던 인물이 다수 등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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