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최창봉]혼란만 부추긴 입시자료집

  • 입력 2006년 12월 7일 02시 59분


서울시교육청은 5일 오전 ‘2007학년도 대입 정시전형 학부모 연수 자료집’을 기자실에 배포했다. 시교육청과 서울시교육연구정보원이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발표를 기다리는 수험생과 학부모의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이날 서울 정신여고에서 개최한 대입 설명회 때 나눠 준 자료다.

하지만 이 자료집에 실린 2007학년도 수능 가채점 분석은 전문가마다 성적 전망이 뒤죽박죽이어서 오히려 수험생과 학부모를 혼란스럽게 했다.

서울 H고 교감은 ‘정시모집 전형의 분석과 전략’에서 “지난해보다 수능 언어영역 평균 점수가 5, 6점 내려가고 수리 ‘가’형은 2점, 수리 ‘나’형은 7, 8점 올랐다”며 “언어영역 최고점은 지난해 127점에서 135점으로 오르고 수리 ‘가’형은 146점에서 140점, 수리 ‘나’형은 152점에서 138점으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서울 S고 교사는 ‘수능 분석과 지원 전략’에서 언어영역 최고점이 지난해보다 6점 오르고 수리 ‘가’형은 3점, 수리 ‘나’형은 10점 하락할 것이라는 추정 점수표를 실었다. 영역별 표준점수 최고점과 1∼4등급 기준점수도 자세히 소개했다.

같은 자료집에 이처럼 차이가 나는 내용이 실렸으니 학부모와 학생들은 어떤 분석을 믿어야 할지 어리둥절했을 것이다.

이 분석 자료는 시교육청이 일선 고교의 수험생 성적을 가채점해 추정한 것이 아니다. 입시 관련 사이트와 교사들의 의견을 참고해 짜깁기한 ‘짝퉁’인 셈이다.

수능 성적이 원점수가 아니라 표준점수 체제로 바뀐 뒤 일부 수험생들의 가채점 성적만으로 전체 성적 분포를 추정하는 일은 매우 힘들어졌다. 수능을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도 2003, 2004학년도 수능 직후 수험생 4만 명의 답안지를 가채점한 추정치를 내놓았지만 실제 결과와 오차가 있어 가채점을 중단했다. 대형 입시기관들도 가채점 분석에 자신이 없어 언론에 공개적으로 자료를 내놓길 꺼린다.

이 같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교육당국이 수능 성적 발표를 불과 1주일 앞두고 입시 사이트를 뒤져 짜깁기한 자료를 내놓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입시 정보에 목마른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공교육 기관이 직접 나서 도움을 준다는 뜻은 공감하지만 사교육 기관보다 못한 자료를 만들어 스스로 신뢰를 무너뜨린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최창봉 교육생활부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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