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단 아파트 호가 하루새 5000만원 ‘껑충’

  • 입력 2006년 10월 2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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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보러 간다고 하면 오지 말라고 해요. 거래가 ‘올 스톱’이네요.”

24일 오후 3시 인천 서구 검단3동의 부동산 중개업소 부동산시티. 쉴 새 없이 전화벨이 울려댔다. ‘검단이 신도시가 되는 게 맞느냐’ ‘앞으로 얼마나 오를 것 같으냐’ 등의 문의가 잇따랐다. 팔려고 내놓은 집을 거둬들이는 집주인들의 전화도 꽤 있었다.

정부가 곧 발표할 신도시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검단신도시가 벌써부터 들썩거리고 있다. 먼 곳에서까지 집을 사겠다는 문의가 잇따르고 매물은 자취를 감추고 있다.

○ 하루 사이에 호가 5000만 원 껑충

검단신도시 예정지의 한복판으로 이미 일부 아파트가 입주를 마친 검단3동에서는 신도시 조성계획이 발표된 지 하루 만인 24일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호가(呼價)를 높이는 사례가 잇따랐다.

최근 풍림아이원 아파트 33평형을 매물로 내놓은 집주인은 이날 “더 오른 뒤 팔겠다”며 매물을 거뒀다. LG아파트 33평형 집주인은 호가를 하루 만에 5000만 원 높여 3억5000만 원에 내놓겠다고 했다.

부동산시티 김영철 사장이 숨 돌릴 틈도 없이 전화를 받는 사이 고급스러운 검은색 정장 차림의 황모(59) 씨 부부가 사무실에 들어왔다.

황 씨 부부는 “내년 2월 입주하는 검단2동 금호 어울림아파트 33평형을 분양 받았는데 오전에 ‘웃돈 3000만 원을 줄 테니 분양권을 팔라’는 전화를 여러 통 받고 시세를 알아보러 나왔다”고 말했다.

규모가 확대되는 신도시 후보지로 유력한 경기 파주신도시의 부동산 중개업소에도 매물 시세를 묻는 전화가 잇따랐다.

파주 운정지구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파주신도시의 확장 개발을 거의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며 인근 지역의 땅을 사려는 사람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 “설익은 발표 수도권 전역 투기장화”

그동안 신도시는 예정지와 개발계획, 투기방지책 등이 확정된 후 발표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건설교통부가 불과 1주일 후 발표할 신도시 계획을 느닷없이 내놓는 바람에 후보지로 거론된 수도권 10여 곳 전체가 술렁거리고 있다.

이날 건교부 홈페이지에는 ‘균형발전 차원에서 광주시를 신도시로 만들어야 한다’ ‘땅값이 싼 포천시를 신도시로 개발해야 한다’ ‘교통요충지인 동탄신도시를 확대해 달라’ 등 후보지 주민들의 글이 쇄도했다.

이들 후보지에서는 이미 실수요자들의 매수 문의가 크게 늘어 소문만 믿고 비싼 값에 샀다가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속출할 전망이다.

경기 화성시 동탄신도시 포스코공인중개사 정헌수 사장은 “오늘 매수 문의가 평소보다 2배나 많은 50통이나 됐지만 집주인들은 매물을 거둬들이기 바쁘다”고 말했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부동산연구소장은 “신도시가 공식 발표되기 전까지는 이런 일이 계속될 것”이라며 “확정된 방안도 없이 신도시 계획을 발표한 건교부는 비난을 면할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오병호 교수도 “정부가 주먹구구식으로 계획을 발표해 시장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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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김유영 기자 abc@donga.com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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