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부부 '자식 부담 덜어준다' 동반 투신

  • 입력 2006년 10월 20일 17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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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병을 앓고 있던 70대 노부부가 '자식에게 짐이 되기 싫다'며 아파트에서 동반 투신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충남 아산경찰서에 따르면 19일 오후 1시 5분경 충남 아산시 배미동 S아파트 앞 화단에 이모(79·무직) 씨와 이 씨의 부인 서모(77) 씨가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숨져 있는 것을 순찰중이던 경비원 유모(65) 씨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유 씨는 "아파트를 돌아보고 있는데 화단에 두 사람이 쓰러져 있어 다가가 보니 머리 등에 피를 흘린 채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2남 1녀를 둔 이들 부부는 부여의 둘째 아들(50) 집에서 살다가 15일 딸(44)의 집인 이 아파트에 놀러 왔으며 딸과 사위 등이 출근하고 아무도 없는 사이에 투신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조사 결과 숨진 이들 부부의 옷 속에서는 "자식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먼저 간다. 이만큼 살았으면 됐지 더 살면 뭐하냐"는 내용이 담긴 유서가 발견됐다.

유서에는 "투신자살한 사실이 알려지면 여러 모로 안 좋을 테니까 오빠들과 친척들에게는 산책하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사망했다고 알리라"는 내용도 있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딸은 경찰 조사에서 "아버지는 중풍을, 어머니는 심장병을 앓고 계셨다"며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지만 화목하게 살았고 (당신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생각은 꿈에도 생각 못했는데 자식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투신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아산=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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