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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9월 25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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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법원의 최일선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중앙지법의 이상훈 형사수석부장판사가 검찰과 변호사를 싸잡아 비판하고 나섰기 때문.
이 수석부장판사의 글이 24일 공개되자 일부 검사와 변호사들은 “타오르는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라며 발끈했다.
▽“법조 3륜이라는 말 벌써 사라졌어야”=이 부장판사는 22일 형사부 판사 60여 명에게 보낸 e메일에서 “법조 3륜이라는 말 자체가 벌써 사라졌어야 한다”며 검찰과 변호사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이번 법조계 갈등 파문의 시발점이 됐던 이 대법원장의 13일 광주고법·지법 방문 발언과 같은 맥락이다. 이 대법원장은 당시 “법조 3륜이란 말은 내가 평소에 가장 듣기 싫어하는 얘기다. 사법의 중추는 법원이고 검찰과 변호사단체는 사법부가 제대로 움직이도록 하기 위한 사법부의 보조기관이다”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은 2000여 명의 전체 법관 중 14%에 해당하는 280여 명이 근무하는 전국 최대 지방법원. 이곳에서 형사재판을 총괄하는 형사수석부장판사가 검찰과 변호사를 강한 어조로 비판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차관급인 이 부장판사는 이 대법원장의 광주일고 후배이자 대법원의 사법개혁 추진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이광범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장의 형이다.
여기에 현직 경찰서장도 가세했다. 황운하 대전서부경찰서장은 23일 경찰내부통신망에 올린 글을 통해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함께 갖고 있는 한 공익의 대변자가 될 수 없다. 경찰이 독자적인 수사권을 갖고 검찰은 기소에 주력해야 한다”면서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이번 사태와 결부하기도 했다.
한편 전국법원공무원노조는 23일 광주지법에서 전국대의원대회를 열고 이 대법원장의 사퇴를 주장한 대한변협을 다시 강도 높게 비판했다.
▽대법원장, 유감 표명 예정=주말에 전남 목포시를 방문한 정상명 검찰총장은 23일 광주고검 산하 등산동호회 회원들과 월출산 산행을 하면서 “검사들의 마음은 알지만 절제된 처신이 중요하다”며 일선 검사와 직원들에게 자제를 당부했다.
앞서 장윤기 법원행정처장은 22일 서울지방변호사회 창립 99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이 대법원장이 검찰이나 변호사를 비하할 뜻은 없었다”며 적극 해명했다고 한다.
침묵을 지키고 있는 이 대법원장은 일선 지방법원 순회 방문의 마지막 일정으로 26일 서울고법과 서울중앙지법을 방문한다. 이날은 취임 1년을 맞는 날이기도 하다.
이 자리에서 이 대법원장은 자신의 발언으로 촉발된 법조계 내부 갈등에 대해 유감을 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찰청과 변협은 25일 각기 내부 회의를 열 예정이나, 구체적인 대응책은 26일 이 대법원장의 얘기를 들어 본 뒤 내놓는다는 방침이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 이상훈 부장판사 e메일 요지
“변호사 산다, 조서 꾸민다 표현 왜 나왔겠나”
일반 국민의 이야기를 들어 봅시다. 여전히 검찰이나 경찰에서는 조서를 ‘꾸민다’고 합니다. 변호사는 ‘선임’하는 것이 아니라 ‘산다’고 합니다. 조서를 진술한 그대로 잘 작성해 준다면 어찌 조서를 ‘꾸민다’고 할 것이며, 전심전력으로 나를 도와줄 변호사를 왜 시장에서 물건 사듯이 ‘산다’고 하는 것인지 검찰과 변호사단체는 반성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부장검사로 일하다가 퇴직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떤 피고인이 검찰에서 조사받을 때 구속한다고 위협해서 사실과 다르게 자백할 수밖에 없었다고 법정에서 주장합니다. 공개되지 않고 변호인이 참여하지 않은 조사실에서의 조사를, 더구나 그 내용을 조서로 ‘꾸며낸’ 대로 인정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판사는 변호사와 같은 배를 탄 동지가 아닙니다. 물론 적도 아니지만, 각각의 역할이 다른 직역에 종사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바퀴 세 개 중 하나가 아닌 것입니다. 좀 어색한 비유일지 모르나, 세무서와 세무사, 특허청과 변리사가 2륜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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