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법원장 발언 배경]그릇된 관행깨기 의도적 강성 발언

  • 입력 2006년 9월 22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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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대법원장이 최근 전국 지방법원을 순회 방문하면서 판사들과 나눈 간담회의 핵심 내용은 “신뢰받는 법원을 만들기 위해 국민을 섬기고 재판을 잘해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전체적인 맥락도 판사들과 법원 직원들의 각성을 촉구하는 얘기가 많았다.

그러나 발언 중간중간에 검찰과 변호사를 언급하면서 거칠고 자극적인 표현을 사용했다.

13일 광주고·지법을 방문해 공판중심주의를 강조할 때에는 “검사의 조서는 안 믿으면 그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검찰이 반발할 게 뻔한 데도 이 대법원장이 이 같은 거친 표현을 쓴 것은 단순한 실언은 아닌 듯하다. 대법원 관계자들은 “이 대법원장이 검사와 변호사들을 비하하려는 의도보다는 법원의 변화를 위해 내부를 강하게 질책하는 과정에서 정제되지 못한 표현들이 나왔다”고 말하고 있다.

특히 고법 부장판사가 법조브로커에게 금품을 받은 혐의가 드러나 구속 기소되는 사건으로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진 상황에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판사들과 직원들에게 과거와는 질적으로 다른 노력이 필요함을 역설하기 위해서였다는 것.

또한 그동안 법원은 물론 검찰과 변호사단체에 만연한 그릇된 관행을 깨기 위해 의도적으로 강한 발언을 쏟아냈다는 분석도 있다.

이 대법원장은 13일 광주고·지법을 방문한 자리에서 “검찰과 변호사단체는 법원의 보조기관”이라고 언급하면서 “기자들이 이 말을 신문에 쓰려고 물어보는 모양인데, 그까짓 것 신문에 나도 괜찮은 것이고 사법의 중추는 우리 법원, 사법부 아닙니까”라고 말했다.

이 대법원장의 발언은 지방 순회 방문 때 일부 기자들이 비공개 간담회인데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이를 듣고 보도하면서 외부에 알려졌다.

평소에도 이 대법원장은 “갈등을 무서워하거나 피하지 말고 검찰 및 변호사단체와도 적극적으로 부닥쳐야 한다”는 소신을 공사석에서 피력해 왔다.

결국 사법부의 신뢰 회복을 위해 검찰 및 변호사단체와 그동안 유지해 온 ‘동거’를 이번 기회에 깨겠다는 의도가 다분히 담겨 있다는 것이다.

이 대법원장은 26일 서울고법과 서울중앙지법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때도 이 대법원장은 지금까지 해 온 강성 발언의 고삐를 늦추지 않을지 주목된다 .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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