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외제차 ‘덜덜덜’… 알고보니 중고

  • 입력 2006년 8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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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주차장에서 수사관들이 고급 외제 중고자동차 수입판매 사기사건 피해자들의 차량과 증거품을 보여 주고 있다. 피해자들은 주행거리가 조작된 차인 줄 모르고 전시회에 쓰인 차량이나 시승차로 알고 구입했다. 강병기 기자
24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주차장에서 수사관들이 고급 외제 중고자동차 수입판매 사기사건 피해자들의 차량과 증거품을 보여 주고 있다. 피해자들은 주행거리가 조작된 차인 줄 모르고 전시회에 쓰인 차량이나 시승차로 알고 구입했다. 강병기 기자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중고 외제차를 국내로 들여와 새 차인 것처럼 속여 판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로 외제차 수입업체 R사 대표 H(52·독일인) 씨와 H 씨의 동거녀 조모(51·한국계 영국인) 씨에 대해 24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H 씨와 조 씨는 2005년 1월부터 올 5월까지 사고가 나 수리를 받았거나 주행거리가 1만∼3만 km인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등 100여 대를 독일에서 싼값에 사들여 주행거리를 조작한 뒤 수입해 새 차인 것처럼 판매한 혐의다.

이들은 수입한 중고 외제차를 독일 현지에서 전시용이나 시승용으로만 쓰이던 주행거리 1000km 미만의 새 차라고 광고하면서 “시승용으로 사용된 적이 있기 때문에 정상가격보다는 싼 값에 판다”며 구매자들을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주행거리 1만5000km인 중고 벤츠 S500을 독일에서 8640만 원에 사 주행거리를 조작한 뒤 국내에서는 1억8400만 원에 판매하는 등 자신들이 구입한 값보다 두 배 이상 받았다. 벤츠 S500의 새 차 값은 2억900만 원 정도.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가 확인된 경우만 17명이고 피해액은 16억 원 정도”라며 “이들이 수입한 중고 외제차가 100대가 넘기 때문에 실제 피해액은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자동차 배출가스 및 소음검사를 받기 위해 자동차 내부구조를 불법 변경한 혐의(자동차관리법 위반)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조카 전모(40) 씨 등 중고 외제차 수입업자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전 씨 등은 차량 소음과 배출가스를 일시적으로 감소시키는 흡음기와 촉매기를 수입차에 불법 부착해 배기가스 및 소음검사를 통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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