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수색 19곳, 재벌-386세대 벤처 ‘대박 베팅’

  • 입력 2006년 8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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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사무실에 대한 검찰의 전격적인 압수 수색이 실시된 19개 경품용 상품권 발행업체 임직원들은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해피머니아이엔씨의 경우 검찰 직원 20여 명이 들이닥쳐 2시간 20분 동안 사무실 구석구석을 뒤지며 데스코톱 컴퓨터 하드디스크, 노트북 컴퓨터, 각종 서류 등을 10개의 박스에 나눠 싣고 갔다. 이 회사 최병호 사장은 압수 수색이 끝나기 전에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

경품용 상품권을 발행하는 19개 업체를 대상으로 이뤄진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의 압수 수색은 단일 사건으로는 전례 없는 규모였다. 19곳을 동시에 수색하느라 검사 10명과 검찰직원 220명 등 총 230명이 동원됐다. 검찰은 특별수사팀 직원만으로는 인원이 부족해 3차장 휘하의 수사 1∼3과 직원들까지 총동원했다.

한 검찰 직원은 “현장에 가 보니 기본적인 서류들은 있었으나 수사에 단서가 될 만한 메모지나 다이어리 같은 것들은 깨끗하게 치워져 있었다”고 전했다.

일단 검찰은 경품용 상품권 업체들이 매출 누락이나 세금 탈루 등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정관계에 로비를 벌였는지를 규명하는 데 수사의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검찰은 19개 업체의 주요 주주 인적 사항을 파악해 정관계와의 연결고리를 파헤칠 예정이다.

19개 경품용 상품권업체 가운데 발권한도액이 1250억 원으로 가장 큰 한국문화진흥(문화상품권 발행업체)은 홍석현 전 주미대사의 동생 4명이 대주주로 전체 주식의 52%를 보유하고 있다.

도서문화상품권을 발행하는 한국도서보급은 태광그룹 이호진 회장이 5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 회장은 박정원 두산산업개발 부회장에게서 2003년 이 회사를 인수했다.

삼미건설 박원양 회장이 이해찬 전 국무총리와 골프를 친 직후 사업권을 따내 삼미문화상품권을 발행하는 ㈜삼미의 대주주는 삼미건설(37%)이다.

또 포켓머니문화상품권을 발행하는 안다미로는 2003년 2월부터 2004년 말까지 한국게임산업개발원 이사를 지낸 김용환 씨가 62.3%를 보유하고 있다. 게임산업개발원은 경품용 상품권 발행업체를 지정하는 권한을 갖고 있는 곳이다. 안다미로는 지난해 7월 허위 서류 제출로 인증이 취소됐다가 한 달 만인 8월에 다시 지정업체로 선정되기도 했다.

아바타문화상품권을 발행한 동원리소스는 에너지개발업체 동원의 계열사로 이혁배 ㈜동원 회장이 52.9%의 주식을 갖고 있다.

다음커머스는 국내 대표 벤처기업인인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이재웅 대표가 최대 주주로, 가족과 함께 20%가 넘는 주식을 갖고 있다. 이 회사는 올해 4월 다음커뮤니케이션에서 분할돼 나왔다.

해피머니아이엔씨는 서울대 경영학과 83학번인 최병호 사장이, 인터파크는 서울대 천문학과 82학번 이기형 회장이 각각 대주주로 포진해 있다.

19개 업체 가운데 일부는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해 정치인과 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전방위 로비를 펼치거나 대주주의 ‘뒷돈’을 마련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박완기 경제정의실천연합 정책실장은 “일부 기업이 돈벌이가 되는 곳이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인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통해 비자금 의혹 등을 남김없이 밝혀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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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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