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려-연세대 9개 ‘인기학과’ 올 졸업생 87%가 취업성공

  • 입력 2006년 8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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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P(26) 씨는 상반기 공채에서 두 곳의 기업으로부터 합격 통지를 받았다. 대학 졸업자들이 선망하는 외국계 회사와 국내 이동통신사에 동시에 합격했다.

P 씨는 “부모님, 교수님과 상의한 결과 안정성이 높고 보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국내 통신회사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같은 달 연세대 전기전자공학부를 졸업한 H(24) 씨도 상반기 공채에서 S전자에 합격했지만 미국 대학원 진학을 위해 입사를 포기했다.

H 씨는 “기업에서 연구개발(R&D) 인력으로 대성(大成)하기 위해서는 해외 학위가 꼭 필요하다고 판단해 유학을 결심했다”며 “대학 이공계 졸업자 중에는 취업을 포기하고 석사나 박사 학위를 취득하기 위해 유학을 떠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대졸자 취업난이 사상 최악인 상황에서도 국내 명문대 인기학과 졸업생들은 예나 지금이나 높은 취업률을 보였다.

명문대 인기학과 졸업생이 채용시장에서 일종의 ‘명품(名品)’으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 ‘취업 한파’와 거리 먼 명문대 인기학과

본보 취재팀은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이른바 ‘3개 명문대’ 9개 인기학과의 올해 2월 졸업생 1757명의 ‘현주소’를 조사했다. 이들 학과는 같은 대학 내에서도 다른 학과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업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사 결과 이들 학과의 취업률은 87%에 이르렀다. 최근 수년간 대졸자 정규직 취업률 50∼60%에 비해 월등히 높다.

서울대 경영학과와 산업공학과 졸업생 185명은 비대상자(입대자, 대학원 진학자) 37명을 제외한 148명 중 125명(84.5%)이 취업에 성공했다.

고려대 경영학과, 언론학부, 전기전자전파공학부 졸업생 801명은 비대상자 179명을 제외한 622명 중 565명(90.8%)이 취업했다.

또 연세대 경영학과, 경제학과, 영문학과, 전기전자공학부 졸업생 771명은 비대상자 163명을 제외한 608명 중 509명(83.7%)이 일자리를 구했다.

고시 준비를 위해 자발적으로 취업하지 않은 6.8%를 제외하면 명문대 인기학과 졸업생의 순수 미취업률은 6.2%에 불과했다.

조사대상 학과 가운데 서울대 산업공학과의 취업률이 93.8%로 가장 높았으며, 연세대 영문과의 취업률이 71.8%로 가장 낮았다. 하지만 연세대 영문과 졸업생 89명 중 취직하지 못한 10명도 언론사 입사나 해외 유학 등을 준비하고 있었다.

○ 취업의 질도 우수

조사 대상 졸업생 중 자산 기준 20대 그룹 계열사에 취업한 졸업생이 39.7%로 가장 많았고, 금융회사 취업이 12.3%로 뒤를 이었다. 회계사나 변리사가 된 졸업생도 10.8%나 됐다. 상대적으로 보수가 적은 중견·중소·벤처기업에 취업한 졸업생은 8.9%에 불과했다.

특히 공대 인기학과 사무실에는 기업의 취업 추천 의뢰가 밀려들고 있었으며, 2개 이상의 우량 기업에 합격해 진로를 놓고 행복한 고민을 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연세대 전기전자공학부 윤영중 학부장은 “취업철이 되면 미래가 밝은 기업에 취직하기 위해 2∼4개 기업에서 합격 통지를 받고 저울질하는 학생을 흔히 볼 수 있다”며 “취업할 곳이 없어 걱정하는 졸업생은 거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기업들도 명문대 졸업생 유치를 위해 노력 중이다. 대부분의 대기업이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에서 홍보를 위해 수시로 채용 설명회를 열고 있다.

S기업 인사팀 관계자는 “대다수 기업의 입사과정에서 능력이 뛰어난 비명문대 출신이 불이익을 받는 경우는 전혀 없다”며 “출신 대학을 보지 않고 능력 중심으로 채용하는 ‘열린 채용’이 확산되는 추세인 만큼 비명문대 졸업생들에게도 더 많은 취업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취업 정보 제공 업체인 커리어의 이인희 팀장은 “경기가 나빠지면서 기업이 능력 있는 소수 핵심 인재를 집중적으로 채용하는 추세가 강화되고 있다”며 “명문대 인기학과 졸업생들은 취업 불황을 타지 않는 ‘명품’으로 확실하게 자리 매김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요 대학 인기학과 취업 현황
구분서울대고려대연세대종합
경영학과산업공학과소계경영학과언론학부전기전자전파공학부소계경영학과경제학과영문학과전기전자공학부소계총계
20대 그룹5185912013143276106251269212547
외국계회사11314282636312854696
공사11-1122--221511954073
중견·중소·벤처325441328852235232122
금융권314692273592013-92169
전문직2212355--556142471149
공무원(고시)9-93-4-

53-1925
언론사---21362-21511
창업---2-35-1-127
고시준비1511621122425101095494
미취업7-7193113317410144585
군대4-410-818163172749
대학원1962526911414921111787136310
미확인8-84-812-----20
졸업자 수163221854254433280138097892057711757
순수 취업률67.5%68.2%67.6%81.2%70.5%56.9%70.5%79.2%71.1%57.3%42.9%66.0%68.2%
취업률83.3%93.8%84.5%89.6%88.6%93.6%90.8%87.8%83.1%71.8%79.3%83.7%87.0%
2006년 2월 졸업생 기준. 취업률=취업자 수/군대, 대학원, 미확인을 제외한 졸업생 수(교육인적자원부 집계 방식).순수취업률=취업자 수/졸업생 수. 전문직 항목은 상경계열=공인회계사, 이공계열=변리사.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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