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피부색 달라도 한마음 “가갸거겨~”

  • 입력 2006년 7월 26일 03시 06분


“구일마마리나 씨, 오셨어요?”

“네, 안-녕-하쎄요.”

“시미즈 교오코 씨.”

“아, 닛폰 갔어요.”

20일 오전 10시 반, 서울 은평구 녹번동 주민자치센터 한국어 교실.

강사 박병배(28) 씨가 중국, 일본, 몽골, 영국, 프랑스, 파라과이 등에서 온 26명의 출석을 불렀다. 피부색이 다른 수강생들은 한국식 발음으로 이름을 불러도 용케 알고 일어나 대답했다.

이날의 수업은 한글 자음과 모음을 배우고 단어로 응용하는 것이다. ‘ㄱ’과 ‘ㅏ’를 따라 읽은 뒤 ‘가’로 시작되는 단어를 찾는 식이다. ‘라면’ 할 때 ‘라’, ‘마누라’의 ‘마’, ‘사장님’의 ‘사’ ‘아줌마’의 ‘아’라고 가르치고 배우는 단어는 한국 냄새가 물씬 풍겼다.

주민자치센터(옛 동사무소)에서 여는 한국어 교실은 4월 미식축구 영웅 하인스 워드가 다녀간 뒤 서울시가 내놓은 혼혈인과 외국인 지원 대책의 하나다.

서울시는 당시 외국인 노동자나 결혼 이민자들이 한국에 빠르게 정착할 수 있는 방안의 하나로 각 구청에 한국어 강좌를 제안했다.

은평구는 녹번동을 한국어 교실 시범운영 동으로 지정해 13일부터 구 예산으로 수업을 시작했다. 강의 계획에 지역 문화유산 탐방 등 한국문화를 체험하는 프로그램도 넣었다.

중국 선양(瀋陽) 출신으로 올해 2월 한국인과 결혼하면서 이민 온 구오루이(26·여) 씨는 “한국에 계속 살 것이기 때문에 말과 문화를 빨리 배우고 싶다”며 “한국어 교실은 친구도 만날 수 있고 재밌다”고 말했다.

실제 이곳에서는 일본인과 중국인 혹은 영국인과 네팔인 수강생이 서툰 한국어로 대화하며 친구가 됐다.

김종현 녹번동장은 “입소문이 나면서 수강생들이 친구를 데려오기도 하고 시어머니가 외국인 며느리를 직접 이끌고 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은평구 이외에도 서울 시내에는 7월부터 노원구, 양천구, 구로구, 강동구, 성북구, 용산구, 종로구 등이 주민자체센터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국어 교실을 열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 거주자들에게 홍보가 어려워 수강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곳도 있다. 구로구 구로6동 주민자치센터는 수강 인원이 적어 폐강 위기에 몰렸고, 용산구 용문동 주민자치센터에서는 8명이 수업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강동구는 관내에 거주하고 있는 모든 외국인에게 일일이 편지로 한국어 교실을 알린 결과 암사1동 주민자치센터에 정원(20명)의 165%인 33명이 모여들었다.

각 구청은 3개월 동안 한국어 교실을 시범운영한 뒤 다른 동 주민자치센터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구청별 한국어 강좌
구청주민자치센터일정(7∼9월)문의(02)
노원구 공릉2동, 월계1동,중계본동, 중계4동월, 수요일 오후 7시 반∼9시950-3027
은평구녹번동목요일 오전 10시 반∼12시383-4091∼3
양천구신정7동토요일 오전 10∼12시2650-3202
구로구가리봉1동일요일 오후 3시 반∼5시860-3358
구로6동월, 수요일 오후 6∼7시
강동구 암사1동화요일 오전 10∼12시480-1313
성내2동금요일 오후 7∼9시
성북구성북1동목요일 오후 7∼9시747-8110∼3
용산구용문동목요일 오전 10시 반∼12시710-3410
한강로2동수요일 오후 6∼8시
종로구숭인2동금요일 오전 10시 반∼12시 반(8월 11일부터 시작)731-0571
자료: 각 구청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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