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속에 내몰고… 휴교않고 단축수업 귀갓길 잇단사고

  • 입력 2006년 7월 12일 03시 05분


코멘트
애끊는 농심11일 부산 강서구 구포동 낙동강변에서 한 농부가 태풍 에위니아에 떠내려간 호박을 건져내 스티로폼에 실어 옮기고 있다. 부산=박영대 기자
애끊는 농심
11일 부산 강서구 구포동 낙동강변에서 한 농부가 태풍 에위니아에 떠내려간 호박을 건져내 스티로폼에 실어 옮기고 있다. 부산=박영대 기자
“뒤늦게 단축수업을 한다며 비바람이 심한 시간에 아이들을 하교시킨 교육감 이하 교육자들의 판단력 부재를 한탄한다.”

태풍 에위니아가 남부지방을 강타한 이튿날인 11일 경남도교육청 홈페이지에 게시된 글이다. 영호남 지역 학부모들은 태풍이 몰아치는 상황에서 학생들의 안전을 돌봐야 할 교육당국의 대응에 문제가 많았다고 반발하고 있다.

▽“등하교 힘든 상황이었다”=10일 오전 경남 전역의 학교 주변에서는 극심한 교통체증이 빚어졌다. 강한 비바람 때문에 학부모들이 자녀를 직접 등교시켰기 때문.

경남 지역 945개 초중고교 중 74%는 이날 휴교를 하지 않았다. 경남도 재난안전대책본부는 등교가 끝날 무렵인 이날 오전 8시 42분 뒤늦게 경남도교육감 앞으로 ‘호우와 강풍으로 위험이 예상되므로 휴교조치가 바람직하며, 등교한 학생은 조기 귀가시켜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학부모들은 “수업 강행도 문제지만 2, 3교시를 마치고 간판이 날아갈 정도의 강풍이 부는 시간에 부랴부랴 하교 조치를 취한 것이 더 위험했다”고 입을 모은다.

일부에서는 경남 지역의 학교가 휴교에 소극적이었던 것이 고영진교육감이 지난해 제정한 ‘친구의 날’(7월 9일) 기념식이 이날로 예정돼 있었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도교육청은 오전 11시경에야 이 행사의 연기를 결정했다.

▽학생과 학부모만 피해=10일 오전 7시 17분경 경남 진주시 상대동에서 시내버스가 남강으로 추락해 등교 중이던 고교생 1명이 익사했다. 경북 성주군에서는 중학생이 하굣길에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 부산에서는 폭우 속에서 귀가하는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을 마중 나갔던 30대 주부가 물살에 휩쓸린 아들을

밖으로 밀어낸 뒤 익사했다. 휴교령을 무시했던 제주의 한 중

학교에서는 학생 2명이 강풍에 깨진 유리창 파편에 맞아 다쳤다. 전남 광양시에서는 급식소 유리가 깨지면서 초등학생 3명이 상처를 입었다.

■엎친데 덮친 비…남부 태풍이어 또 장맛비

제3호 태풍 에위니아가 몰고 온 집중호우로 모두 11명(공식 집계)이 숨지거나 실종되는 등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하지만 태풍에서 막 벗어난 남부 지방에는 11일 장마전선이 북상하면서 또다시 폭우가 쏟아져 복구에 차질을 빚는 한편 피해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11일 오후 6시 현재 태풍 피해가 집중된 남부 지방에서 8명이 숨지고 3명이 실종(빗길 교통사고 제외)됐으며 633가구 1234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잠정 집계했다.

이와 함께 전남도와 경남도 등에 따르면 농경지 1만4790ha가 물에 잠기면서 70억 원 상당의 피해가 발생했다. 재산 피해는 본격적인 조사가 진행되면 더 커질 전망이다.

한편 주춤했던 장마전선이 북상하면서 11일 오후부터 전남 지방을 중심으로 또다시 폭우가 쏟아졌다.

광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현재 완도 140mm, 해남 100mm, 진도 89mm, 목포 57mm, 광주 47.5mm 등의 많은 비가 내렸다.

기상청 관계자는 “비는 12일까지 20∼80mm 더 내릴 것”이라며 “태풍의 영향으로 지반이 약해진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