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미술관에 놀러 가요…여름방학 맞이 어린이 전시회

  • 입력 2006년 7월 6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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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버닝햄 씨의 그림책 ‘깃털 없는 기러기 보르카’에 실린 그림. 사진 제공 성곡미술관
존 버닝햄 씨의 그림책 ‘깃털 없는 기러기 보르카’에 실린 그림. 사진 제공 성곡미술관
최정현 씨가 버려진 의자로 만든 ‘코끼리’. 사진 제공 북촌미술관
최정현 씨가 버려진 의자로 만든 ‘코끼리’. 사진 제공 북촌미술관
《유명한 화가의 그림도 좋지만, 제 눈높이와 얼추 비슷한 전시회에 가면 아이들은 더 신이 난다.

여름방학을 맞아 열리는 전시회 중 두 작가의 이름이눈길을 끈다. 미국의 그림책 작가 존 버닝햄(69) 씨와만화 ‘반쪽이’로 유명한 최정현(46) 씨.

어린이들이 많이 접한 그림책의 원화, 만화가의 재미있는 설치미술 작품과 만날 수 있는 전시들이다.》

[하나] 존 버닝햄의 ‘그림책 이야기’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성곡미술관은 7일∼9월 3일 ‘존 버닝햄 40주년 기념전-나의 그림책 이야기’를 연다. 버닝햄 씨의 전시회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전시되는 원화도 늘었고 작가의 삶을 헤아려 볼 수 있는 사진자료도 더해졌다. 그림책을 읽고 버닝햄 씨에게 편지를 써 보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한자리에 모아 놓은 원화 250여 점을 보면 점 두 개와 L자, 약간 긴 곡선만으로 풍부한 얼굴 표정을 만들어내는 작가의 솜씨에 감탄하게 된다. ‘지각대장 존’은 학교를 가다가 장난을 거는 악어와 사자를 만나서 지각했다는 존 이야기. 책상에 앉아 반성문을 쓰는 존의 얼굴에는 아예 입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림을 보면 “말도 안 되는 소리! 입 다물어!”라는 고약한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어린이책 그림이 주로 원색인 것과 달리 버닝햄 씨의 일러스트레이션은 부드러운 파스텔톤 색감이 많다. 그의 이야기는 유머러스하면서도 따뜻한데 그림도 마찬가지다. 인상적인 것은 버닝햄 씨의 어린 시절 얘기. 열린 생각을 가진 부모와 함께 주거용 트레일러에서 살았고, 학교를 9번이나 옮겨 다녔으며, 결국 제도권 학교가 아닌 대안학교 서머힐에 정착했다. 독특하고 자유로운 유년 시절의 체험 덕분이었는지, 그림책 작가가 된 뒤 그는 어린이책의 오랜 틀을 부순 작가라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내한한 버닝햄 씨는 자신의 책이 인기를 모으는 이유에 대해 “내 정신연령이 다섯 살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고 유쾌하게 대답했다. 성곡미술관(7일 오후 2시)과 교보문고 광화문점(8일 오후 2시)에서는 전시회에 맞춰 나온 ‘나의 그림책 이야기’(비룡소)의 사인회도 열린다. 초중고교생 4000원, 일반 5000원. 02-737-7650

[둘] 반쪽이의 ‘고물 자연사박물관’

서울 종로구 가회동 북촌미술관에서는 9월 24일까지 ‘반쪽이의 고물 자연사박물관’전이 열린다. 평등부부를 그린 만화 시리즈 ‘반쪽이’의 작가 최정현 씨가 산업폐기물을 소재로 만든 조각과 설치작품을 전시 중이다. 서울대 서양화과를 졸업한 최 씨는 만화가로 유명하지만 만화를 그리는 틈틈이 나무 등 온갖 재료를 활용해 기발한 생활용품을 만들어 왔다. 이번 전시회의 주 소재는 고물상과 철공소에 버려진 것들. 일상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물건들로 만들어 놓은 귀여운 동물들을 보고 아이들은 반색을 한다.

무엇보다 아이디어가 기발하다. 숟가락과 포크를 구부려 만든 홍학, 빨간 소화기에 굴착기 발톱과 철근을 붙인 펭귄, 못 쓰는 엔진을 몸통으로 달고 있는 양….

‘반쪽이’ 특유의 풍자와 해학이 빛나는 작품들도 있다. 컴퓨터 자판으로 만든 뱀이 혓바닥을 날름거리는 작품의 제목은 ‘네티즌’. 뱀처럼 먹잇감이 있으면 잡아먹으려고 하는 네티즌을 비꼬았다.

어린이들이 철사와 우산살, 세탁소 옷걸이 등을 이용해 직접 모빌을 만들어 보는 체험프로그램도 매일 진행된다. 초등학생 5000원, 중학생 이상 6000원. 02-741-2296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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