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대전8경’ 장태산이 파헤쳐진다

  • 입력 2006년 4월 20일 06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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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8경(景)’ 중 하나로 뛰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서구 장안동 장태산 입구 용태울 저수지 주변이 각종 개발 행위로 크게 훼손되고 있다.

일부 공사 중인 건물은 건축 용도마저 의심스럽다.

17일 오후 장태산 휴양림과 ‘물통골’ 마을로 갈라지는 저수지 옆 오른쪽 산.

산허리의 중간쯤이 시커먼 황토 흙을 드러낸 채 토목공사가 한창이다.

이곳은 2000년 서구청이 숙박업소 건축허가를 내주었다가 상위기관인 대전시청이 건축법을 발동해 제한했을 정도로 경관 보전 필요성이 제기된 곳.

시민단체는 주변 경관 보전을 위해 조례제정 운동까지 나섰다.

하지만 최근 장태산 주변이 서서히 황폐화되고 있다.

장안동 279의 5번지에 들어서는 노인복지시설이 대표적 사례. 종전 4층짜리 식당 건물을 최근 용도 변경해 주차장 등을 확장하며 주변 녹지를 마구 파헤치고 있다.

주민 문 모(45) 씨는 “아무리 복지시설이라 하더라도 시민들의 소중한 휴식처를 마구 파헤치도록 허가한 구청의 행위는 분명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시설은 정부로부터 지원금까지 받았다.

용태울 저수지 바로 옆에 있는 288번지 야산도 문제. 숲 안쪽으로 들어가자 대규모 토목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서구청이 허가한 숯 제조공장으로 개발 면적만도 3243m²(약 983평), 건축면적이 493m²(약 150평)에 이른다.

하지만 공사 현장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순수한 숯 공장으로 이해하기엔 의심스럽다.

입구에는 조경시설이 이뤄지고 있고 1000여 평 이상의 주차장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도 이해되지 않는다.

주민들은 “누가 보아도 숯 공장으로 둔갑한 찜질방”이라며 “서구청이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 숯 공장 허가를 내 준 경위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구청 관계자는 “현행법으로는 적법한 절차에 의한 건축허가로 다른 용도로 사용될 경우 허가 취소와 원상복구 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서구청은 뒤늦게 문제점이 있다고 판단, 일부 시설에 대해 보완 및 원상복구토록 해 허가 경위에 더욱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환경단체 관계자는 “이런 방식의 건축허가로 수많은 녹지가 훼손돼가고 있다”며 “의심되는 건축물은 중단조치 등 적극적인 대처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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