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영 前경찰청장 “임기제 청장 내쫓은 정치 바로잡겠다”

  • 입력 2006년 3월 2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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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시위 농민 사망 사건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허준영(許准榮·사진) 전 경찰청장이 정치를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허 전 청장은 17일 발간된 월간 신동아(4월호)와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영향을 받지 말라는 취지로 도입한 임기제 청장을 내몬 것은 이 나라 정치가 잘못된 탓”이라며 “정치 논리로 그만둔 만큼 ‘내가 정치를 하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굳혔다”고 말했다.

그는 청와대의 386 참모진에 대해 “출발할 때 보이던 겸손한 자세가 자꾸 흐트러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청와대의 한 수석이 ‘민주노동당을 끌고 가야 한다’며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며 “시위 농민의 사망에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경찰청장이 물러날 사안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뇌물을 먹은 것도 아니고 성추행한 것도 아니고 파업할 때 골프를 한 것도 아닌데 임기제 청장의 취지를 살렸어야 했다”고 말했다.

5·31 지방선거 출마와 관련해 허 전 청장은 “열린우리당과 청와대 관계자를 만나 (경북도지사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말했다”며 “내칠 땐 언제고 이제 와서 (도지사) 나가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한나라당도 아직 정신을 못 차렸다”면서 “나의 철학과 맞는 정치 집단과 함께할 생각이며 주변에서 무소속(출마)을 권유하는 사람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새해에는 목소리 큰 사람이 국민의 고막을 찢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퇴임사에 대해 ‘예전엔 운동권이 야당과 연결돼 있었는데 요즘엔 청와대와 통하니 경찰이 난감하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허 전 청장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기소된 강정구(姜禎求) 동국대 교수의 신병 처리와 관련해 “경찰이 구속 의견을 밝히자 청와대에서 ‘수사 실무 책임자와 서울지방경찰청장에게 주의를 줘야 하지 않느냐’고 말한 적이 있으나 이를 묵살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허 전 청장이 이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시위 도중 숨진 농민은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사람과 70대 노인이었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 당시 시위를 주도한 전국농민회총연맹 문경식(文景植) 의장은 “숨진 농민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해당 지역 농민회와 협의해 허 전 청장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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