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도 무심하시지, 그 착한 아이를 …" '용산 초등학생' 장례식

  • 입력 2006년 2월 22일 11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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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지금도 앞으로도 내가 가장 사랑하는 딸이야."

22일 오전 7시 경 서울 용산구 금양초등학교에 운구차가 도착했다. 초등학생 성폭행 살해사건 피해자 허모(11) 양의 시신이 화장되기 전 모교를 찾은 것이다.

허 양의 아버지(38)는 "(딸이) 사고가 난 동네보다는 친구들과 즐거운 추억이 있는 곳을 보고 싶어 할 것 같아 학교를 마지막 방문지로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 학교 교직원 50여 명은 일렬로 서서 운구차를 맞았으며 주민 300여 명도 교정에서 허 양을 맞았다.

허 양의 영정을 든 이종 사촌 박모(15) 군과 유가족은 학교 본관 뒤편으로 줄지어 걸어가 허 양이 공부하던 후관 교실을 멀찍이 바라보며 1분 동안 묵념했다. 두 손을 잡고 교정을 돌던 허 양의 부모는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학부모 정모(여·39) 씨는 "동네에서 마주치면 항상 웃으며 큰소리로 인사도 잘하고 착한 아이였는데 하늘도 무심하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허 양의 부모가 학교를 떠나기 전 "아침 일찍 나와 주셔서 감사드립니다"면서 허리 숙여 인사하자 곳곳에서 울음소리가 들렸다.

이날 오전 9시 50분경 경기 고양시 서울 벽제 화장장에 도착한 유족은 영정 속에서 분홍색 옷을 입고 환하게 웃고 있는 허 양의 모습을 바라보며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평소 허 양을 돌봤던 이모할머니 김모(80) 씨는 "손주와 함께 몇 차례 그 신발가게(범행현장)에서 신발을 산 적이 있다"며 "공부 밖에 모르던 착한 아이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허 양의 아버지는 분골실에서 뼈가루로 바뀌는 딸의 모습을 창문에 이마를 기대고 어깨를 축 늘어트린 채 눈물을 흘리며 지켜보았다.

그는 화장터를 떠나며 맑게 갠 하늘을 쳐다보았다. 그는 "착하게 살아 준 딸이 고맙다"며 "다시는 우리 딸과 같은 희생자가 나와선 안 된다"고 말했다.

넋이 나간 듯 화장 장면을 지켜보다 분골 항아리를 받아든 허 양 어머니는 항아리에 붙여진 딸의 이름 석자를 떼어 주머니에 넣고 화장터를 떠났다.

허 양은 화장장 옆 청아공원에 안치됐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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