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대, 50억원 기증한 김밥할머니 잊었나…"

  • 입력 2006년 2월 7일 17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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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언론을 통해 나중에 알아요. 기부금을 활용한 문화회관 명칭이 어떻게 지어졌는지, 또는 바뀌는지…."

7일 오후 2시 대전에서 만난 '김밥 할머니'의 외아들 임채훈(林菜勳·60·약사) 씨는 "충남대가 '정심화국제문화회관' 명칭에서 어머니의 법명(정심화·正心華)을 빼기로 했다는 사실을 언론보도를 통해 접했다"고 말했다.

그의 어머니 이복순(李福順·1991년 작고) 씨는 대전에서 김밥을 팔아 모은 50억 원 상당의 부동산과 현금 1억 원가량을 1990년 충남대에 기증했다.

충남대는 이 돈으로 교내에 공연시설을 짓기 시작했고 정부 지원금(200억 원)을 합쳐 2000년 7월 완공했다.

당시에도 할머니 이름을 빼고 '국제문화회관'으로 명명하자 교내외에서 "매정한 처사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결국 2002년에 건물 이름을 '정심화국제문화회관'으로 바꿨다.

그러나 충남대는 최근 건물 명칭을 다음 달 1일부터 '충남대국제문화회관'으로 바꾸기로 했다. 문화회관 단지에 국제교류원과 언어교육원이 들어서 새로운 명칭이 필요했다는 이유에서다.

문화회관 이름이 계속 바뀔 때마다 임 씨 가족은 학교로부터 아무런 얘기를 듣지 못했다.

이 씨가 어렵게 모은 재산을 기부하면서 충남대는 많은 덕을 봤다. 대학 이름이 널리 알려졌고 기부금이 늘었다. 충남대는 당시 이 씨가 꺼리는데도 서울에서 대대적인 기증식을 가졌다.

이에 대해 충남대 홈페이지(www.cnu.ac.kr)에는 비난의 글이 이어지고 있다.

누리꾼 '강성하' 씨는 "초등학교 때 김밥 할머니가 50억 원을 충남대에 기증했다는 뉴스를 들으면서 마음이 훈훈했던 기억이 어렴풋한데 이번 일은 옹졸하다 못해 졸렬의 극치를 달리는 것 같다"고 질책했다.

'신승수' 씨는 "이번 결정은 학교의 이미지를 추락시키는 어처구니없는 일로 누가 과연 학교에 기부할 지 의문"이라고 적었다.

임 씨는 "손주 3명이 동상이 걸려도 어머니는 보일러를 틀지 않고 절약하며 돈을 모았다"며 "외국에서는 다리 이름에도 기부자 이름을 붙인다는데 (법명을) 빼면 어떤 것이 도움이 되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대전=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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