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촌로들의 아름다운 선행

  • 입력 2006년 1월 24일 06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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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로(村老)들의 아름다운 기부가 세상을 훈훈하게 만든다. 사는 형편과 기증한 액수는 다르지만 ‘나누고 베푸는 삶처럼 행복한 것은 없다’며 선행을 실천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충북 음성군 삼성면 덕정리의 안상현(83) 옹은 최근 면사무소를 찾아 2억 원 상당의 토지 2400여m²를 내놓았다. 노인들을 위한 게이트볼장으로 써달라고 했다.

그동안 게이트볼장으로 사용하던 고등학교 설립 예정부지가 매각돼 운동을 할 장소가 없다는 소식을 듣고 땅을 내놓았다.

그는 전에도 덕정 5리 경로당 부지, 삼성중학교 운동장부지, 삼성농협지소 창고 부지 등 자신의 재산을 “지역을 위해 써 달라”며 기증했다.

안 옹은 “지역사회에 마지막 봉사를 한다는 마음으로 게이트볼장 부지를 내놨다”며 “자식에게도 항상 남에게 베풀고 고향과 나라사랑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한다”고 말했다.

음성군 감곡면 문촌리에 사는 윤종학(70) 씨는 칠순 잔치 비용을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기탁했다. 4남매가 모은 돈으로 20kg짜리 쌀 70가마를 구입해 면사무소에 보냈다.

평생을 이 마을에서 살아온 윤 씨는 지난해부터 마을 노인회장으로 일하면서 온갖 일을 챙기고 있다.

윤 씨는 “일흔까지 산 것도 고마운 일”이라며 “사회에 조금이라도 도움 될 일이 없을까 생각하다 잔치 비용을 성금으로 냈다”고 말했다.

충북 보은군 내속리면의 일용직 인부로 공중화장실을 청소하는 장말연(71) 할머니는 최근 20만5000원을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보냈다.

1년 간 화장실을 청소하면서 바닥에서 주운 동전에다 관광객이 ‘수고하신다’며 건네준 돈을 모은 것.

몸이 불편한 남편(72)과 둘이 사는 장 할머니는 월급 70만 원과 정부 지원(의료급여 2종 대상)으로 생계를 꾸려간다.

그러나 장 할머니는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이 생각나 돈을 기탁했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도 같은 방법으로 모은 16만9500원을 면사무소에 기탁했다.

그는 “나이 먹은 사람이 화장실 청소하는 게 안타까운지 용돈을 주는 관광객이 많은 것을 보면 아직 온정(溫情)이 남아있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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