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인철]위원장은 사견 아끼고 중립지켜야

  • 입력 2006년 1월 9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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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학교들의 신입생 배정 거부 사태가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교육방송(EBS) ‘토론카페’ 프로그램은 7일 오후 9시부터 1시간 반 동안 ‘사학법 개정 파장과 전망’을 주제로 다뤘다. 찬성 측 인사로는 최재성(崔宰誠) 열린우리당 의원, 박경량 참교육학부모회 공동대표, 이장희(李長熙) 한국외국어대 교수가 나왔다. 반대 측에는 이군현(李君賢) 한나라당 의원, 제성호(諸成鎬) 중앙대 교수, 권희태 한국사립중고교법인협의회 대구시회장이 참석했다.

찬반이 뚜렷한 주제여서인지 양측 모두 자기주장만 되풀이하고 삿대질까지 해 가며 상대편의 말을 막는 등 점잖은 토론 분위기는 아니었다.

한나라당 이 의원은 모법(母法)의 문제점을 시행령으로 보완하면 된다는 논리에 대해 “한강 상류에 독극물을 풀어 놓고 가정에 정수기 달아 주면 된다는 것과 같다. 그것도 종교를 믿는 가정에만 정수기를 준다는 것이 아니냐”는 ‘독극물 비유’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토론에서 단연 눈길을 끈 사람은 이 교수였다. 그는 사학 비리에 대한 토론 도중 다소 흥분한 듯 “사학 설립자 중에는 0.1%도 기부 안한 기부자도 많다. 이런 사람이 무슨 사학 경영인이냐” “사학들이 (교수 교사를) 채용할 때 5000만 원씩 받는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문제는 그가 교수 개인 신분이 아니라는 데 있다. 그는 교육인적자원부가 개정 사학법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26일 구성한 ‘사학법시행령개정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위원장은 여러 위원의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길잡이여서 가급적 개인적 견해를 아끼는 자리다. 그런 위치에 있는 인사가 TV에 출연해 앞장서서 사학의 문제점을 부각한다면 위원회의 신뢰도나 중립성을 훼손할 위험이 있다.

더욱이 일부 종교계 인사가 ‘이 위원회에 참여하면 사학법 개정을 인정하는 것이다’라며 참여를 거부하고 있는 마당인 만큼 위원장은 더욱 조심스럽게 처신했어야 했다.

당론을 우선시하는 국회의원도 상임위원장을 맡게 되면 여야 사이에서 중립적으로 의사 진행을 하려고 노력한다. 누구나 의견을 표현할 권리가 있지만 자리와 상황을 가려 하는 지혜가 필요한 것 같다.

이인철 교육생활부 차장 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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