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 피자… 콜라 이젠 너희들을 잊을래”

  • 입력 2006년 1월 6일 03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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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한국건강연대 교육관에서 열린 ‘청소년을 위한 건강생활학교’에 참가한 청소년들이 직접 만든 떡을 들어 보이고 있다. 전영한 기자
4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한국건강연대 교육관에서 열린 ‘청소년을 위한 건강생활학교’에 참가한 청소년들이 직접 만든 떡을 들어 보이고 있다. 전영한 기자
《“전 여태까지 포도맛 탄산음료에 포도가 많이 들어 있는 줄 알았어요. 올해는 탄산음료를 조금만 마실 거예요.” 4일 오후 4시경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한국건강연대 교육관. 초등학생과 중학생 30명이 호기심에 가득 찬 얼굴로 탄산음료 캔에 인쇄된 음료의 성분을 읽고 있었다. “적색40호(합성착색료)는 색깔을 내는 색소이며 안식향산나트륨(합성보존료)은 방부제죠. 어디에도 포도가 들어 있다는 설명은 없죠?” 한국건강연대 이지은(李志恩) 대표는 친절하게 설명했다.》

아이들은 포도맛 아이스크림과 탄산음료를 세숫대야에 섞어 흰 천에 적셨다. 포돗빛으로 물든 천을 흐르는 물에 씻었지만 염료는 빠지지 않았다. 이 염료의 냄새를 맡은 아이들은 공업용 색소 냄새에 인상을 찌푸렸다.

이 대표는 천연색소를 묻힌 흰 천을 씻었다.

“천연색소는 물에 씻으면 색이 옅어지지만 공업용 색소는 빠지지 않고 남아 있어요. 10년이 지나도 이 색소는 빠지지 않아요. 여러분이 음료를 마시면 이런 색소가 몸에 조금씩 축적되죠.”

오후 6시경 저녁 식사가 시작됐다. 아이들은 책상다리를 하고 둥그렇게 모여 앉았다. 이들 앞에 대나무로 만든 바구니에 상추 당근 오이 등 야채 10가지, 잣 호두 등 견과류, 그리고 현미 잡곡밥이 놓여졌다.

이들은 한 시간 동안 조용한 음악에 맞춰 야채와 음식을 천천히 씹어 먹었다.

김소영(13·서울 상경중 1년) 양은 “첫날 야채가 가득한 밥상을 보고 놀랐다”면서 “야채와 밥이 의외로 맛있고 천천히 먹으니 소식(小食)하게 되고 소화도 잘 된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한국건강연대가 방학을 맞아 3일부터 2박 3일 동안 ‘청소년을 위한 건강 생활학교’를 열었다.

이 행사의 목표는 ‘자연’과 가까워지는 것. 이에 따라 아이들은 자신의 이름도 하늘사랑, 소나무, 도라지꽃 등 자연물로 바꿔 불렀다.

아이들은 또 ‘인스턴트 음식’의 위험성을 깨닫고 생과일과 야채 등 ‘자연음식’의 소중함을 다양한 실험을 통해 체험했다.

이와 함께 각 분야 전문가로부터 술, 담배, 게임중독의 위험성에 대해 강의를 듣고 ‘그룹 토의’를 통해 또래와 이해의 폭을 넓히는 시간도 가졌다.

5회째인 이번 캠프 참가자의 30%는 이전에도 같은 캠프에 참가한 경험이 있다.

지난 여름방학에 이어 이번에도 생활학교에 참가한 김서영(9·포항시 흥해초 3년) 양은 “예전에 깻잎 양파 등을 쳐다보지도 않았는데 이 캠프에 참가한 이후 잘 먹게 됐다”며 “이제 부모님께 먼저 채식 위주의 생식을 하자고 말한다”고 말했다.

대부분 학생들은 처음에 부모의 권유로 어쩔 수 없이 캠프에 참여하지만 사흘간 교육을 받으며 건강이 소중하다는 것을 배워 나간다.

이찬희(15·서울 연북중 3년) 군은 “밀린 휴대전화 사용료를 부모님이 내주겠다는 조건으로 이 행사에 참여했다”면서 “건강의 소중함에 대해 생각하게 됐으며 올 여름방학에는 친구와 함께 캠프에 다시 오고 싶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 캠프는 아이들이 자연과 가까워지고 몸과 마음의 찌든 때를 벗고 가는 좋은 기회”라며 “올 여름방학에는 아이들과 부모가 함께 참가할 수 있는 행사를 마련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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