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들 걷게 해주겠다던 黃교수 약속 아직 믿습니다”

  • 입력 2005년 12월 22일 03시 00분


“나는 아직도 아들이 혼자 힘으로 일어설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황우석 서울대 교수팀의 2번 줄기세포의 체세포를 제공한 주인공인 김모(12) 군의 아버지 김제언(43·경기 시흥시 늘새롬교회·사진) 목사는 21일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김 목사는 “황 교수가 아들에 대한 임상실험을 미뤄 왔다”면서 그동안의 경위를 상세하게 털어놨다. 그의 초췌한 모습에서 그동안 겪은 마음고생이 그대로 드러났다.

김 군은 2002년 8월 밤늦게 귀가하던 중 횡단보도에서 차에 치여 척수장애가 생겨 휠체어에 몸을 의지하고 있다.

김 목사 가족과 황 교수가 처음 만난 것은 그해 10월경. 인천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김 군은 맞춤형 줄기세포를 만들 환자를 찾던 황 교수팀의 눈에 띄어 최종 후보 4명 가운데 한 명이 됐다.

김 목사는 “황 교수가 ‘저를 일으켜 줄 수 있나요?’라고 묻는 아이에게 젖은 눈시울로 ‘내가 반드시 너를 걷게 해줄게’라고 말하는 모습에서 큰 힘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김 목사의 부인은 아들을 위해 황 교수팀에 난자를 기증하기도 했다. 그는 또 황 교수의 추천으로 서울대 기관 윤리심의위원회 위원이 됐다.

황 교수는 연구를 진행하던 지난해 10월경 “아들의 줄기세포가 잘 자라고 있다”면서 “내년 5월쯤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고 임상실험을 시사했다. 김 목사는 당시를 회상하며 “황 교수의 배려가 무척 고마웠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올 5월 논문을 발표한 이후 “10월 정도가 어떻겠느냐”면서 임상실험을 늦췄지만 김 목사는 그를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10월에도 임상실험은 이뤄지지 않았다.

희망의 나날을 보내던 김 목사는 MBC PD수첩이 방송되기 3일 전 한학수(韓鶴洙) PD에게서 “서울대 측에서 준 줄기세포와 아들의 체세포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큰 절망감에 빠졌다.

그러나 김 목사는 일부 언론의 보도와는 달리 “처음 보도가 나왔을 당시 무척 혼란스러웠던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희망을 버린 것은 아니다”면서 “아직 황 교수와 줄기세포의 존재를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어찌 됐든 황 교수는 체세포 배아줄기세포의 1인자로 이 땅의 난치병 환자들의 희망”이라며 “하루빨리 진실이 밝혀지고 다시 연구가 이뤄져 희망의 불씨가 되살아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