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 피플]여섯달째 ‘숭례문 파수꾼’ 송창선씨

입력 2005-12-20 03:04수정 2009-10-08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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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숭례문 앞에서 파수꾼 중 장교 역할을 맡은 송창선 씨가 갑옷과 투구 차림으로, 긴 수염을 단 채 위엄 있게 서 있다. 김미옥 기자
19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로4가 숭례문 앞.

오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한번에 모으는 사람이 이곳에 있다. 갑옷, 칼, 투구에 긴 턱수염까지 마치 이순신 장군이 타임머신을 타고 숭례문 앞에 와 있는 것 같다.

이 늠름한 장군의 정체는 ‘숭례문 파수꾼’. 서울시는 왕궁수문장 교대의식과 함께 올해 7월부터 숭례문 파수의식을 진행하고 있다. 장교 1명과 병사 2명으로 구성된 파수꾼들은 이미 관광객들에게 유명한 존재다.

송창선(宋彰善·50) 씨는 8월부터 숭례문 파수꾼 중 장교 역할을 맡아서 하고 있다. 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10시∼오후 4시 3명이 1조를 이뤄 3교대로 일하고 있다. 30분 동안 서 있고, 1시간 동안 휴식을 취하는 방식이다. 오전 10시와 오후 4시에는 9명이 다같이 출연한다.

두툼한 코트, 목도리, 장갑 등으로 무장해도 코끝이 시린 겨울, 방한 용품 없이 갑옷만 입고 30분을 서 있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또 그냥 서 있는 것도 아니고 정면을 응시한 채 아무 말 없이 근엄한 표정을 짓고 있어야 한다.

“여름 더위, 겨울 추위 둘 다 힘들지만 견딜 만해요. 갑옷 안에 두툼한 솜옷을 받쳐 입고, 신발 안쪽에 털이 있거든요. 오히려 더위나 추위보다도 10kg이나 나가는 갑옷 무게 때문에 힘들다고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송 씨는 방송 드라마 보조출연자로 활동하다가 숭례문 파수꾼으로 일하게 됐다. 2년 전 수원 화성문화제에서는 정조대왕 경호실장 역할을 맡은 적도 있다.

“고생스럽지만 저와 함께 사진 찍으면서 즐거워하는 외국인 관광객이나 아이들을 볼 때는 힘이 납니다. 간혹 따뜻한 캔 커피를 제 옆에 두고 가시는 분도 있어요.”

송 씨는 하루 평균 50여 명의 관광객과 사진을 찍는다. 단체로 구경 온 외국인 관광객들은 송 씨와 사진을 찍으려고 줄서서 기다리는 경우도 많다.

“일본, 중국 관광객들이 가장 많지만 미국, 캐나다, 독일, 필리핀 등 정말 다양한 국적의 관광객들과 사진을 함께 찍었어요. 저와 함께 외국인들의 사진 속에 한국의 국보 1호인 숭례문이 찍히는 것 같아 제 일에 큰 보람을 느낍니다.”

가끔은 속상한 일도 생긴다. 미동도 않고 목석처럼 서 있는 그를 보고 실물과 똑같은 마네킹인 줄 알고 달려와서 머리를 쓰다듬거나 괜히 툭툭 치는 관광객도 간혹 있다.

“얼마 전에는 중3짜리 딸이 직접 와서 ‘아빠 멋있다’고 그러더군요. 앞으로도 숭례문을 지키는 ‘멋진 파수꾼’으로 많은 관광객의 사진 속에 남고 싶습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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