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약사 부부 둘째아이 키우기]<8>오줌싸개 길들이기

  • 입력 2005년 11월 11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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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또 쌌니? 이불이 마르기가 바쁘게 싸는구나. 벌써 몇 번째니?”

갓난아기 지원이의 얘기가 아니다. 세 돌이 지난 승민이는 오늘도 이불에 작품 하나를 만들었다. 두 달 전부터 승민이는 거의 매일 밤마다 이불에 창작활동을 했다.

어린이집 낮잠시간에도 실수를 종종 해서 어린이집 이불 세탁까지 아내의 몫이 됐다.

생후 20개월 무렵에 대소변을 잘 가렸던 승민이가 왜 느닷없이 오줌싸개가 돼버린 걸까?

“배를 먹여서?” “저녁에 물을 많이 먹어서?”

취침 전 수분섭취까지 제한하면서 나름대로 원인을 생각해봤지만 시원한 답이 안 나왔다.

매일 쏟아지는 빨랫감이 부담되자 아내는 기저귀를 채워보기도 했다. 그러자 승민이는 아예 마음 놓고 오줌을 싸버려 빨래는 줄어도 사태 해결에는 도움이 안 됐다.

“혹시 요로감염? 아니면 방광염?” 열도 없고, 낮에 오줌을 자주 누는 것도 아니고, 소변볼 때 아픈 기색도 없어서 아닐 것으로 생각됐지만 혹시나 싶어 병원에서 검사를 해봤다. 결과는 역시 ‘이상 무’.

그런데 어느 날 아내가 옹알이하는 지원이를 한참 얼러주고 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승민이가 갑자기 엎드려 울더란다.

“엉엉. 지원이만 예뻐해 주고….”

그래, 이 말 속에 답이 있었다. 승민이는 동생을 ‘타고’ 있던 게다.

동생을 꼬집고, 할퀴고, 깨문다는 등 동생 타는 아이들에 대한 괴담을 접하며 우리는 승민이는 어떨까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러나 막상 동생이 생기자 승민이는 해코지는커녕 아기가 울면 요람을 흔들어주고, 기저귀 갈아주는 것을 거들었다. 그야말로 의젓한 언니였다.

그런데 승민이라고 왜 동생 생긴 스트레스가 없었겠는가? 엄마의 사랑에 대한 엄청난 경쟁자가 생겼는데. 다만 승민이는 다른 아이들처럼 스트레스를 동생에게 푸는 것이 아니라 속으로 삭이다가 오줌 싸는 증상으로 나타낸 것이다.

그 후 내가 퇴근한 뒤 자전거도 태워주면서 놀아줘서 그런지 아니면 스스로 환경의 변화에 적응을 한 것인지 승민이는 한 달쯤 지나자 괜찮아졌다.

이처럼 대소변을 잘 가리던 아이가 갑자기 못 가리는 것은 방광이상, 요로감염 등 기질적인 원인보다는 심리적인 요인 때문인 경우가 많다. 이때 혼을 내거나, 벌을 주거나, 놀려서 수치심을 자극하는 것은 스트레스를 가중시켜 역효과만 부를 뿐이다. 잘했을 때 칭찬을 아끼지 말고, 한 번 더 보듬어주고, 따뜻한 말을 건네는 관심과 사랑이 약이다.

“승민아, 오줌싸개라도 좋다. 행복하게만 자라다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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