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클리닉]고교생/학생 체벌

  • 입력 2005년 1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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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교생 논술 주제

학생 체벌에 대한 시비와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교사의 체벌 수준이 지나쳐 학생이 신체적, 정신적 상처를 입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일선 교사들은 체벌에는 교육적 목적도 있고 무조건 금지할 경우 학생 생활지도가 어려워진다고 주장한다. 체벌을 무조건 금지해야 할지, 아니면 교육적 목적으로만 제한적으로 허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800자 내외로 논술하시오.

■ 학생글 - 박희수 경기 부천시 상동고 3학년

‘아이는 맞으면서 커야 한다’ 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한국사회에서 ①교육상의 체벌은 어느 정도 정당화되고 있다. 부모가 자식을 때리는 것이 법으로 ②규정된 미국과는 사뭇 다르다. 그렇다면 ③교육상의 ④체벌은 계속해서 정당화되어야 하는가?

첫째로 ⑤폭력은 어느 이유에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사회생활에 있어서 사장이 부하직원을 매번 지각을 한다는 이유로 체벌을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⑥그렇다면 교사와 학생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여야 한다. ⑦그것이 학교라는 공간과 교육상 목적이라고 해서 교사가 체벌을 가할 권리는 없다. 체벌은 의도는 어찌됐든 당하는 사람에게는 또 하나의 폭력일 뿐이기 때문이다.

둘째로 ⑧체벌과 폭력의 기준이 애매하다. ⑨교육상의 ⑩체벌의 기준은 매의 굵기인지 횟수인지 때리는 강도인지 그 기준을 정하고 적용하기 어렵다. 또한 잘못한 학생에게 잘못을 깨우쳐 주기 위해 체벌을 가한다고 했을 때, 체벌의 강도가 약하다면 체벌 자체가 의미가 없어지므로 적당한 체벌이란 있을 수 없다.

셋째로 체벌은 효율적인 학생 통제 수단일 뿐이다. 체벌을 하지 않을 경우 생활지도가 어려워진다는 것은 생활지도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의미이다. ⑪체벌의 목적이 효과적인 생활지도를 위하기 때문이며, 교사들의 편의를 위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사고는 ‘효과적이라면 폭력도 정당하다’는 논리를 뒷받침해 줄 뿐이다.

체벌을 가한다고 해서 잘못을 뉘우치는 학생이 몇 명이나 될 것인가? 아마 체벌을 가한 교사에 대한 반감만 높아질 것이다. 잘못한 학생을 반성하게 하는 것은 신체적인 고통이 아닌 교사의 따끔한 훈계와 진심어린 말 한 마디이다.

■ 첨삭지도

①, ③, ⑨는 표현이 어색하다. ‘교육을 위한’ ‘교육적 목적의’ 정도로 고치는 것이 좋겠다.

② 부모가 자식을 때려야 하는 것으로 오해될 수도 있다. 미국에서는 부모라도 자식을 체벌하는 것은 불법행위다. 따라서 ‘금지된’으로 고치면 의미 전달이 분명해진다.

④ 질문을 던진 다음에 자기 입장을 한 문장 정도의 주제문으로 표현하면 다음 단락과 연결이 더 자연스러워질 것 같다.

⑤ 간단하게라도 근거를 제시하지 않으면 자의적 주장으로 평가될 수 있다. ‘폭력은’ 다음에 ‘인권을 침해하기 때문에’를 보충하면 설명이 풍부해진다.

⑥ 교사와 학생의 관계를 사장과 부하직원의 관계와 유사한 것으로 보아야 할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의적인 가정(假定)이라고 반박될 수 있다.

⑦ 어색한 표현. ‘교육을 위해 학교라는 공간 안에서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로 고치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⑧ 어떤 기준인지 모호하다. ‘체벌과 폭력을 구분하는 기준’으로 고치면 뜻이 분명해진다.

⑩ 문장의 주어, 술어가 서로 맞지 않고 있다. ‘체벌과 폭력을 매의 굵기, 횟수, 때리는 강도 중 어떤 것을 기준으로 구분할 수 있을지 판단하기 어렵다’로 고칠 것

⑪ 어색한 문장. ‘결국 체벌은 생활지도의 효과만을 위해 선택된 것이며, 교사들의 편의를 위한 수단일 따름이다’로 바꿔보자.

■ 총평

이 글은 다음과 같은 긍정적 측면을 가진다. 첫째, 적절하게 단락을 배치했다. 간략한 문제제기의 서론, 세 가지 논거를 제시하는 본론, 대안을 언급한 짤막한 결론으로 짜임새 있게 구성했다. 둘째 자기 입장에 대한 근거를 폭넓게 제시하려고 노력했다. 폭력 여부, 적당한 체벌의 가능성, 학생에 대한 고려 여부 등의 세 차원으로 나눠 다각적으로 접근한 점이 돋보인다.

그러나 고쳐야 할 점도 몇 가지 있다. 첫째 논거와 둘째 논거 사이에 상충되는 부분이 있다. 체벌과 폭력의 구분이 애매하다는 둘째 논거는 한편으로는 폭력이 아닌 체벌이 있을 수 있음을 함축하고 있다. 그래서 체벌을 모두 폭력으로 보는 첫째 논거와 모순된다.

다음으로 대안의 내용이 너무 원칙적이어서 현실을 무시했다는 반박에 부딪힐 수 있다. 훈계와 말로 가능할 것 같으면 왜 체벌의 도입 여부가 쟁점이 되겠는가? 따라서 벌점제 같은 더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전체 글은 논제에서 벗어나지 않았으나 서론의 문제 제기는 논제를 잘못 파악한 것이 아닌가 하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현재의 논점은 체벌의 부분적 도입 여부이지 정당성 여부가 아니다. 엄밀하게는 다른 차원의 문제일 수 있다. 따라서 명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때에는 주어진 논제에 딱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

박정하 성균관대 학부대학 교수 EBS 논술연구소 부소장

■ 생각 넓히기

① 상벌은 교육적 성과를 위해 필요하다. 적정한 체벌은 미성숙된 자아의식과 의지력을 성숙시켜주고 학습 동기와 규범에 대한 준수의지를 심어주기 위한 교육목적도 있다(사회문화, 법과사회).

② ‘군사부일체’를 내세웠던 유교적 스승관, 일제 무단통치기의 식민지 교육, 군대문화의 확산 등이 ‘체벌’을 당연시하는 분위기의 역사적 배경임을 이해한다(국사, 윤리).

③ 학칙의 처벌조항, 매, 기합 등 체벌에 대한 공포감을 통해 교사의 권위가 형성될 수 있으나, 인간적 애정·도덕적 인품·학문적 실력에 의해 확립되는 권위가 바람직한 권위임을 이해한다(사회문화, 정치).

④ 교사의 체벌이 정당행위로 인정받지 못할 경우 폭력행위로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 하고 징계처분을 받을 수도 있다. 이제는 상습적이고 심각한 신체적 폭력을 행사한 교사는 교단에서 추방될 수도 있다(법과사회, 일반사회).

⑤ 체벌을 당한 학생도 민주적 행동양식보다는 권위주의적 행동양식을 배울 우려가 있고, 다른 사회구성원이나 다음 세대에게 폭력을 재생산할 수도 있다(정치, 사회문화).

⑥ 공개적 체벌은 학생 개인의 인권 침해는 물론 다른 학생들에게도 문제학생·비행학생 등으로 낙인을 찍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사회문화, 정치).

최 강 최강학원 원장

■ 고교생 다음(11월 8일) 주제

일제강점기 친일파의 재산을 그 후손이 되찾으려는 소송이 종종 제기되곤 한다. 조상이 매국의 대가로 쌓아올린 재산에 대해 후손이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국민 감정상 받아들이기 어려워 권리를 인정해선 안 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반면 국가가 법률적인 뒷받침 없이 국민 감정을 내세워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은 법치국가의 이념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이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800자 내외로 논술하시오.

○고교생은 11월 4일까지, 중학생은 11월 11일까지 학교, 학년, 주소, 연락처와 함께 글을 보내주세요. 다음 주는 초등학생 논술이 실립니다. 50명을 선정해 문화상품권을 드립니다.

○글 보낼 곳: http://edu.donga.com/nons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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