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흡연-폭력없는 ‘3無 학교’ …전남 장성고 화제

전남 장성고는 학생 중심의 맞춤식 수업과 다양한 특기적성 교육으로 8년 연속 모든 졸업생이 4년제 대학에 합격하는 성과를 거뒀다. 사진 제공 장성고

8년 연속 졸업생 전원 4년제 대학 입학, 9년 연속 농어촌특별전형 전국 최고 합격률, 전남지역 고교 가운데 서울대 최다 합격.

전남 장성고의 올해 성적표다. 한때 공부 못하는 학생들이 다녔던 시골 학교가 독특한 인성교육과 맞춤식 수업으로 농촌교육의 새로운 장으로 거듭났다.

13일 오전 전남 장성군 장성읍에서 5분 거리인 학교를 찾았을 때 주변 논에서는 가을걷이가 한창이었다. 교정에는 학생들이 타고 온 자전거가 줄지어 서 있었다. 전형적인 농촌 고교의 모습이다.

학생들은 정규 수업시간 외에는 스스로 공부하는 데 익숙하다. 보충수업을 활용하고 교육방송(EBS) 또는 인터넷 방송 시설을 이용해 자신의 수준에 맞춰 진도를 나간다.

2학년 최해인(17) 양은 “주입식 수업이 아니라 자신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과목을 집중적으로 공부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장성고는 다양한 특기적성 교육과 독서 교육을 펼치는 학교로 유명하다. 골프반, 포켓볼반, 검도반, 만화그리기반 등 28개 특별활동반을 운영한다.

전교생은 졸업 때까지 책을 50권 이상 읽고 ‘책으로 여는 세상’이라는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수학능력시험 및 논술 구술에 대비하고 청소년기에 독서 습관을 갖도록 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2005학년도 입시에서 졸업생 240명 전원이 4년제 대학에 합격했다. 1998년 이후 8년 연속 졸업생 전원 합격이다.

서울대 수시전형에서는 전남 도내 고교에서 가장 많은 3명이 합격했고 일반전형에서 의예과 등에 2명이 합격했다. 4년제 대학 농어촌특례 입학률은 72%로 9년 연속 전국 최고.

장성고는 이런 입시성적보다는 7년 전부터 휴대전화, 흡연, 학교폭력이 없는 이른바 ‘3무(無)학교’의 전통을 이어가는 데 더 자부심을 갖는다.

강창옥(姜昌沃) 진학부장은 “중3 때 담배를 끊지 못하면 장성고 진학은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금연 원칙이 엄격하다”면서 “이제는 3무 학교에서 중도 탈락생이 1명도 없는 전통을 몇 년째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전교생 825명 가운데 절반가량이 장성군 외 지역 학생으로 80% 정도가 기숙사 생활을 한다.

대도시와 달리 학원 등 사교육 환경이 전무한 상황에서 교사들은 수업이 끝나면 학원 강사로, 기숙사 학생의 부모 노릇까지 ‘1인 3역’을 한다.

황의갑(黃義甲) 교감은 “교사의 열의와 학생의 향학열, 학부모의 믿음이 한 박자를 이뤄 결실을 본 것 같다”며 “학생들에게 일류대를 권하기보다는 자신의 적성에 맞는 진로를 택하도록 지도한다”고 말했다.

장성=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