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장이 54억 도박탕진…부하 등 40명에 15억 갈취도

  • 입력 2005년 10월 7일 03시 06분


코멘트
부하 직원에게서 거액을 갈취한 혐의로 충북지방경찰청이 최근 구속한 전 청주서부경찰서장 김모(50) 씨는 카지노에서 54억여 원을 잃은 것으로 드러났다.

김 씨는 서장 재직 시절인 2003년 7월경부터 직원들에게 “나 서장인데 돈 좀 빌려 줄 수 있나”라고 말했다.

승진 인사를 앞둔 직원들은 대부분 이 말을 들었고 이 중 10여 명은 혹시 승진에 지장을 받을까 걱정해 돈을 건넸다. 이렇게 해서 김 씨가 직원 24명과 지인 등 40명에게 빌린 돈은 모두 15억7000여만 원.

몇 개월 뒤 김 씨는 사표를 내고 잠적했다. 그 돈이 도박 자금으로 쓰인 사실은 한참 뒤에야 알려졌다.

김 씨가 도박의 유혹에 빠져든 것은 제천경찰서장으로 재직하던 2003년 1월 초. 관내 한 인사와 함께 부부 동반으로 강원 정선군 카지노에 출입하면서부터다.

신분을 감추기 위해 자신과 이름이 같은 제천지역 한 인사의 운전면허증을 복사해 VIP 출입증을 발급받았다. 처음에는 남들과 같이 ‘재미’로 시작했지만 멈출 수가 없었다. VIP룸에서 ‘바카라’라는 도박을 주로 한 그는 하룻밤에 1억 원이 넘는 돈을 따거나 잃으면서 헤어나지 못했다.

그해 4월 충북지방경찰청 경무과장으로 발령을 받았지만 카지노 출입은 멈추지 않았다. 김 씨가 1년 3개월 동안 카지노에 출입한 날만 150여 일.

김 씨는 “내 VIP 카드로 다른 사람이 쓴 돈도 내가 쓴 것처럼 마일리지를 쌓았기 때문에 잃은 액수가 실제보다 많은 것으로 되어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경찰은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김 씨가 쓴 수표를 추적하고 있다.

그는 결국 전 재산을 탕진하자 승진을 앞둔 부하 직원들에게 돈을 빌린 뒤 부인과 함께 잠적했다가 지난달 28일 서울 중랑구 면목동의 초라한 원룸에서 붙잡혔다.

청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