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 클리닉]고교생/여성이 군대에 가는 것 양성평등인가

  • 입력 2005년 9월 27일 04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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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교생 논술 주제

지난달 고교 3학년 여학생이 “남성만 현역 사병으로 입대할 수 있는 것은 양성평등 원칙에 어긋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여성은 지원자에 한해 부사관이나 장교로만 근무할 수 있어 국방의 의무를 하고 싶은 여성이 역차별을 받는다는 것이다. 여성이 군대에 가는 것이 남녀 모두에게 바람직한지, 또 진정한 남녀평등을 가져올 것인지에 대해 800자 내외로 논술하시오.

■ 학생글 - 유수빈 대전 둔산여자고등학교 2학년

요즘 여성들의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①과거에 남성들에 비해 사회적 활동에 많은 제약이 있었던 소위 ‘여권’이 신장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②혹자들은 되찾은 권리만큼 여성들이 병역의 의무를 ③지켜야 한다고 하고, ②다른 혹자들은 양성이 생물학적으로 차이가 있는 만큼 병역의 의무를 여성에게 맡기는 것은 막무가내식 평등이라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최선의 방책은 무엇일까?

우선, 우리는 국민의 4대 의무 중 병역의 의무가 포함된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④특정 계급만을 국민으로 삼았던 과거와 달리 여성들도 엄연한 국민이고, ⑤국민이라면 행해야 하는 의무라면 여성을 제한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성의 벽을 조금씩 허물어가며 남녀평등을 외치고 있는 이때에 권리 신장에 대한 노력은 게을리 하지 않으면서 그에 따른 의무를 거부한다면 돌아오는 것은 ⑥과도한 페미니즘의 역차별이라는 ⑦비아냥 뿐일 것이다.

남성들과는 확연히 다른 신체구조와 체력을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여성들이 전투병으로 군 복무를 한다면 이는 군에도, 여성에게도 ⑧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하지만 ‘군대’라는 말로 대변되는 ⑨병역의 의무는 꼭 전투병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군대는 국방에 관련된 일을 총체적으로 맡는 거대한 ⑩관료제 조직이다. 이 조직 하에서 여성들의 조건에 부합하는 임무가 왜 없겠는가.

⑪차이와 차별은 엄연히 다른 것이지만 여권을 위해 활동하는 페미니스트들 사이에서조차 이에 대한 기준은 분분하고, 차이를 인정하는 것 자체가 ⑫또다른 차별을 만들 소지가 다분하다. 그러므로 이를 가장 슬기롭게 해결하는 것은 무조건 차이를 언급하며 피하는 것도, 완전한 평등을 주장하며 부딪치는 것도 아닌 가능한 범위 내에서 여성들이 병역의 의무를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첨삭지도

① 문장이 복잡해 뜻이 명확하지 않다. ‘그동안 많은 제약을 받아왔던 여권이 신장되고 있다’ 정도가 좋다.

② ‘혹자’는 ‘어떤 사람’이란 뜻. 둘 다 ‘혹자는’으로 써야 맞다.

③ 목적어가 ‘의무’이므로 문맥상 ‘지켜야’보다는 ‘져야’로 고치는 게 낫다.

④ ‘특정 계급만을 국민으로 삼았던 과거’와 짝을 이루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국민으로 인정받는 현재’이지 ‘여성’이 아니다. 따라서 ‘특정 계급만을∼과거와 달리’ 부분을 삭제하거나 ‘여성을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개인으로 인정하지 않았던 과거와 달리’로 고치는 게 좋다.

⑤ 문장이 어색하다. ‘국민이라면 누구나 행해야 하는 의무에서 여성을 뺀다는 것’으로 고치는 것이 적절하다.

⑥ ‘과도한 페미니즘의 역차별’이란 말의 뜻 전달이 불분명하다. ‘이기주의적 페미니즘’이 나을 것 같다.

⑦‘뿐’이 ‘그것만이고 더는 없음’을 나타내는 보조사일 경우 앞말에 붙여 쓴다.

⑧ 문맥상 ‘비효율적일 것이다’가 적절하다.

⑨ 군대에는 많은 보직이 있기 때문에 병역의 의무를 ‘전투병’에만 한정시킬 필요는 없다. 문맥상 ‘병역의 의무는 꼭 병영생활을 통해서만 다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도가 어떨까.

⑩ 군대는 ‘관료제 조직’보다 ‘계급 조직’의 성격이 짙다. ‘관료제’를 삭제하거나 ‘계급’으로 바꾸는 게 좋다.

⑪ ‘차이’와 ‘차별’로 문장 부호를 사용해 강조할 필요가 있는 부분이다.

⑫ 정서법상 ‘또 다른’으로 띄어 쓰는 것이 원칙이다.

■ 총평 : "여성에게 맞는 병과부여" 색다른 주장 참신

많은 학생이 “여성은 남성보다 신체적 능력이 뒤떨어진다. 여성의 출산은 남성의 병역의 의무에 해당하므로 여성에게 병역의 의무를 부과해서는 안 된다”라는 대동소이한 주장을 펼친 것에 비해 색다른 주장을 한 점이 참신한 글이다.

여성 또한 병역의 의무를 짊어져야 할 국민임을 강조하면서 여성에게 걸맞은 적절한 병역 임무를 부여하는 것이 옳다는 자신의 생각을 잘 드러냈다. 주의를 환기하고 과제를 제시한 서론도 좋았다.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여성에게 적합한 병역의 임무가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못했다는 점이다. 또 여성의 출산을 병역의 의무에 대응하는 것이라고 보는 견해를 반박하면서 주장을 전개했다면 논지가 더 뚜렷해졌을 것이다.

3문단과 4문단의 내용에 중첩되는 부분이 있는 점도 지적해야 할 부분이다. 800자의 짧은 논술에서는 지면을 알차게 활용해야 한다. 4문단과 3문단의 위치를 바꾼 후, 중복된 내용을 삭제하고 3문단의 마지막 문장을 결론에 어울리도록 고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덧붙이자면, 문장은 간단하고 명확하게 쓰는 것이 좋다. 긴 문장은 자칫 중언부언이 되거나 의미가 불분명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원고 분량을 지키지 않은 점도 실제 논술 채점에선 감점 요인이 된다는 점에 유의하자.

이만기 '이만기의 국어나라' 대표


■ 생각 넓히기

①모병제와 의무병제의 개념을 구분하고,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여성의 부사관과 장교(사관학교 입학 포함) 모병제는 인정되고 있으나 여성의 일반사병 모병제와 여성 의무병제는 실시되지 않고 있음을 이해한다.(정치, 법과사회)

②영국의 윈스턴 처칠 정부가 제1차 세계대전 중 여성들이 전쟁 수행에 적극 협력한 대가로 1918년 4차 선거법 개정을 통해 처음 여성 참정권을 허용하게 되었음을 안다.(정치, 세계사)

③이스라엘 북한 쿠바 등 일부 국가에서는 남녀 공동 의무병제가 실시되고 있고 대만에서는 여성들의 방위성금제가 시행되고 있으며 프랑스 스웨덴 말레이시아 등 상당수 국가가 여성 의무병제를 논의하고 있음을 안다.(정치, 법과사회)

④여성의 출산과 남성의 병역 의무를 사회적 의무로서 비교해 보고, 여성은 출산을 선택할 수 있고 국가적 보호도 받고 있으나 남성은 병역 의무를 강요 받을 뿐 아니라 ‘군필자 가산점 제도’가 폐지되는 등 군역 이행에 따른 보상이 약화되고 있어 남성이 역차별 당한다는 주장이 있음을 안다.(법과사회, 윤리)

⑤현대사회에는 여성의 사회활동이 일반화되고 다양한 사회적 의무이행이 가능하므로 여성에게도 병역 의무를 대체할 수 있는 사회적 의무로서 ‘공익근무’나 ‘사회봉사’ 등을 부과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본다.(일반사회, 정치)

최강 최강학원장


■ 고교생 다음(10월 4일) 주제

올해 초 미국에서 마이클 시아보(41) 씨가 15년간 식물인간 상태로 연명해 온 아내의 급식 보조 장치를 제거해 논란이 일었다. 기독교계와 보수단체들은 ‘살인행위’라며 극력 반대했다. 시아보 씨가 결정을 번복하면 100만 달러를 주겠다는 어느 사업가의 제안도 있었다. 반면 일부에서는 환자와 가족을 위해 필요한 조치였다며 옹호하기도 했다. 회복이 불확실한 식물인간 환자의 ‘안락사’를 허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800자 내외로 논술하시오.

○고교생은 9월 30일까지 학교, 학년, 주소, 연락처와 함께 글을 보내 주세요. 다음 주는 중학생 논술이 실립니다. 50명을 선정해 문화상품권을 드립니다.

○글 보낼 곳: http://edu.donga.com/nons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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