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역, 現정부 출범후 쌓인 불만 폭발

  • 입력 2005년 9월 22일 03시 03분


“예비역들이 일본군 사고방식에 젖어 있다”는 신동아 10월호 인터뷰 발언으로 파문에 휘말린 윤광웅 국방부 장관(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21일 서울 용산구 국방회관에서 예비역 장성 등에게 발언 경위를 해명하고 있다. 윤 장관은 국방개혁 설명회에 예비역 장성을 초청하는 형식으로 이 자리를 마련했다. 박영대 기자
“예비역들이 일본군 사고방식에 젖어 있다”는 신동아 10월호 인터뷰 발언으로 파문에 휘말린 윤광웅 국방부 장관(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21일 서울 용산구 국방회관에서 예비역 장성 등에게 발언 경위를 해명하고 있다. 윤 장관은 국방개혁 설명회에 예비역 장성을 초청하는 형식으로 이 자리를 마련했다. 박영대 기자
예비역 장성들이 윤광웅(尹光雄) 국방부 장관의 신동아 10월호 인터뷰 내용을 문제 삼고 나선 것은 인터뷰 내용 자체보다는 현 정부 출범 이후 누적되어 온 불만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예비역 장성들은 그동안 군사법제도개혁, 군 인원감축 및 병력구조 개편을 골자로 한 국방개혁, 서울 송파구 거여신도시 건설 등에 적지 않게 반발해 왔다. 이 같은 정책이 개혁에 치우쳐 군과 국방 분야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군을 배려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일부 진보단체가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의 동상을 철거하는 것을 시도했는데도 국방부가 이에 대해 즉시 분명한 입장을 표명하는 등의 적절한 대처를 하지 않았다는 불만도 예비역 사이에선 팽배했다.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안보의식 해이와 맞물려 군이 점차 소외되고 있다는 인식도 확산됐다.

정부도 이 같은 움직임을 감지했다. 정부가 거여신도시 건설과 관련해 남성대 골프장을 외곽으로 옮기는 데 대해 예비역들이 반발하고 나서자 경기 성남시의 주한미군 골프장을 대신 사용할 수 있게 조치를 취한 것도 예비역 달래기의 차원이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윤 장관이 예비역을 두고 “일본군 사고방식에 젖어 있다”고 비판한 인터뷰 내용은 속에 축적돼 있던 예비역의 불만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 됐다.

윤 장관을 인터뷰한 신동아 기자는 윤 장관이 예상 외로 예비역을 강하게 비판하는 것을 보고 “지금 말씀이 신동아에 그대로 실리면 예비역 분들이 노하실 것 같은데요”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윤 장관의 발언이 공개된 직후 예비역 원로들의 예사롭지 않은 반응을 감지한 국방부는 추석 연휴 전날인 16일 서둘러 해명자료를 냈다.

간혹 일부 예비역 원로가 ‘국가를 움직이는 요체는 군’이라는 옛 일본군식 사고를 갖고 있지만 요즘 젊은 장교들은 많이 달라져서 국방 개혁에 동의하고 따라올 것으로 확신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 장관의 발언 취지였다는 해명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비역들의 불만이 갈수록 고조되자 윤 장관은 결국 국방 개혁 설명회라는 형식을 빌려 21일 예비역 장성들을 직접 초청해 공식사과를 한 것으로 보인다.

군의 한 관계자는 “당초 추석 연휴 직후 장관이 직접 재향군인회와 성우회를 방문할 계획이었지만 예비역들의 집단 성토를 비롯한 우발적 상황을 감안해 일정을 변경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성우회의 한 관계자는 “최근 진보세력의 활동과 각종 군 시설의 수도권 외곽 이전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갖고 있던 예비역들이 윤 장관의 발언으로 폭발한 것 같다”며 “이날 행사로 사태가 일단 봉합된 것으로 보이지만 언제든지 갈등이 재연될 불씨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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