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고교 절반이 高3 ‘수’비율 15% 초과…내신 뻥튀기 여전

  • 입력 2005년 9월 13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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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목당 90점 이상(수)을 받은 고교 3학년 학생이 15% 이상인 고교가 전체의 절반을 넘는 등 내신 성적 부풀리기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신 부풀리기 현상이 계속될 경우 학교생활기록부(내신) 반영 비율이 높아지는 2008학년도 이후 대학입시에서도 대학의 내신 불신이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인적자원부와 서울시교육청은 12일 고교 1학기 교과 성적을 분석한 결과 성적 부풀리기 현상이 지난해보다는 줄었지만 여전히 심각했다고 밝혔다.

▽성적 부풀리기 여전=교육부가 전국 일반계 고교(1학년 1262개교, 2·3학년 100개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학년에서 과목별로 90점 이상을 받은 학생의 비율이 15%를 넘는 고교는 전체의 50.8%였다. 이는 지난해 85.2%보다는 떨어진 것이지만 아직도 많은 학교에서 시험을 쉽게 내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올해 2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성적 부풀리기를 막기 위해 ‘수’에 해당하는 90점 이상의 비율이 15% 이내가 되게 장학지도를 하기로 합의했었다.

90점 이상을 받은 학생 비율이 15% 이상인 학교는 2학년의 경우 지난해 75.1%에서 올해 39.3%로, 1학년은 59.2%에서 24.4%로 줄었다.

서울시교육청 관내 196개 고교 2, 3학년의 1학기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사회 과목의 중간 및 기말고사 성적 분석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과목별로 90점 이상을 받은 학생이 20%를 넘는 고교는 2학년 20.4%, 3학년 17.3%였다.

시내 20개 고교 1학년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국어 영어 수학 등 3개 과목에서 90∼100점의 비율은 11.7%로 지난해 조사의 21.2%보다는 떨어졌다.

1학년의 90점 이상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1학년의 성적 산출 방식이 올해부터 달라진 때문으로 풀이된다.

1학년의 성적표에는 성적 부풀리기를 막기 위해 9등급 성적과 원점수, 과목평균, 표준편차를 적는다. 동석차(同席次) 학생이 나오면 중간석차를 산출해 적용하므로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불이익을 받게 된다. 예컨대 이수자가 96명인 과목에서 만점자가 7명일 경우 중간석차는 4등이지만 중간석차 백분율은 4.17%이므로 모두 1등급(상위 4% 이내)이 없는 2등급을 받는다.

▽기출문제 그대로 출제=교육부가 2003년부터 올해까지 전국 873개 고교에 대해 조사한 결과 22.8%인 199개 고교가 중간 및 기말고사에서 기출문제를 그대로 출제했다가 적발됐다.

이 가운데 14개 고교에서는 중간 및 기말고사에서 과학탐구Ⅰ 과목의 문제를 과학탐구Ⅱ 과목에도 그대로 낸 것으로 드러났다.

기출문제를 그대로 낸 비율은 지역별로 경북이 65.5%로 가장 높았고 경남 36.9%, 서울 35.1%, 충남 30%, 전북 28.1%, 인천 21%, 부산 20.3%, 충북 15.8%, 경기 6.7% 순이었다.

▽성적 부풀리기 대책=각 시도교육청은 내신 부풀리기를 막기 위해 올해부터 모든 고교의 중간, 기말고사 성적 결과를 분석한 뒤 의혹이 있는 학교에 대해 장학지도를 벌일 계획이다.

교육부는 성적 부풀리기를 실시한 고교에는 연구 및 시범학교 지정 제외, 관련자 인사조치, 각종 시설비 지원 삭감 등의 행정적 재정적 불이익을 줄 계획이다.

또 학업성적관리위원회를 분기당 2회 이상 열고 비리가 있는 학교에는 담당 장학사를 회의에 참석시킬 방침이다.

이 밖에 성적 비리 관련 민원이 접수되면 5일 이내에 처리하고, 내년부터는 채점 기준과 출제 문항을 학교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했다. 2학기부터는 성적 조작에 연루된 교원은 해임이나 파면 등의 중징계를 통해 교단에서 영구 추방된다.

홍성철 기자 sungchul@donga.com

노시용 기자 syroh@donga.com

▼과학탐구 편법시험 고교 특감▼

서울시교육청은 과학수업을 편법 운영해 내신성적을 부풀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S고에 대해 특별감사를 실시한다고 12일 밝혔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S고는 2002년부터 올해 1학기까지 3학년 학생들에게 과학탐구Ⅱ 4과목 가운데 한 과목만 선택해 수업을 받도록 한 뒤 3과목을 정상적으로 이수한 것처럼 학교생활기록부를 꾸민 혐의를 받고 있다.

S고는 또 과학탐구Ⅱ 과목의 중간 및 기말고사에 물리Ⅰ, 화학Ⅰ 등 과학탐구Ⅰ의 내용을 상당수 출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대적으로 어려운 과학탐구Ⅱ 대신 과학탐구Ⅰ의 내용이 출제되면 절대평가인 시험에서 학생들의 점수가 높아질 수밖에 없어 ‘내신 부풀리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노시용 기자 syr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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