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朴회담 盧대통령 발언 따져보니…

  • 입력 2005년 9월 9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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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7일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와의 회담에서 대연정(大聯政) 문제와 민생경제 문제 등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 자신의 주장을 폈다고 한다. 그런 과정에서 “서울대 학생의 60%가 강남지역 출신”이라는 등 사실과 다른 말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노 대통령이 박 대표와의 회담에서 쏟아냈던 ‘문제 발언’들을 검증해 본다.》

서울 강남 지역 학생이 서울대의 60%를 차지한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에 서울대가 즉각 반박 자료를 제시한 가운데 이 발언의 근거를 둘러싸고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노 대통령은 7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만나 “강남 사람에게 유감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서울대 자체가 기회로 여겨지는 사회에서 강남 지역 학생이 서울대의 60%를 차지하는 현실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는 8일 “2005학년도 서울대 입학생 3982명 가운데 강남 서초 송파구 등 이른바 강남 지역 학생이 416명으로 12.2%였다”고 밝혔다.

신입생 가운데 서울의 비강남 지역 학생은 25.4%로 강남 지역의 두 배가 넘었다. 강남과 비강남을 합한 서울 학생은 1283명으로 전체의 37.6%를 차지했다.

모집 유형별로는 정시모집의 15.7%, 지역균형선발의 3.4%, 특기자 전형의 6.3%가 강남 지역 학생들이었다. 비강남 지역 학생은 정시모집의 23.3%, 지역균형선발의 22.3%, 특기자 전형의 42.1%를 차지했다.

이 같은 비율은 매년 소폭의 변동은 있어도 지난 10년간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2004학년도 이전 10년간 강남 지역 학생 비율은 9.7∼14.5%로 15%를 초과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2004년 4월 기준으로 전국 고교 3학년생 대비 서울 강남 지역 학생 비율은 5.0%, 비강남 지역 학생 비율은 18.4%였다.

청와대 최인호(崔仁昊) 부대변인은 이 발언과 관련해 이날 오후 보도 자료를 내고 “대통령은 2004학년도 서울대 재외국민특별전형 합격자 53명 중 강남 지역 학생이 33명으로 60% 이상을 차지한 사례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해명했다.

최 부대변인은 “교육 기회의 심각한 불평등을 강조하려는 취지에서 상징적으로 언급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약 4000명에 이르는 서울대 입학생 구성비를 불과 ‘53명’의 특수한 사례로 설명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군색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앞서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은 “청와대에 알아본 결과 대통령이 ‘서울대 입학생 중 화이트칼라층 자녀가 60%’인 것을 착각해 잘못 발언한 것이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대 대학생활문화원이 발간한 ‘2004학년도 서울대 신입생 특성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신입생 아버지의 직업 중 사무직(23.2%), 경영·관리직(18.7%), 전문직(18.5%) 등 화이트칼라층은 60.4%로 조사됐다. 결국 노 대통령이 무슨 근거로 ‘강남 60%’를 말했는지 정확하게 알기 힘든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중미 순방차 출국하는 바람에 직접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홍성철 기자 sungchul@donga.com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 盧대통령 발언 변화

▽강남 사람에게 진짜 유감 없나=지난해 8월 행정수도 이전 문제가 논란이 됐을 때 노 대통령은 “매일 서울의 이익을 생각하는 ‘강남 사람’과 함께 아침 점심을 먹고 차를 마시고는 분권적, 균형발전 정책이 나올 수 없다”고 ‘강남 사람’에 대해 비판적 발언을 했다.

그러나 박 대표와의 회담에선 “강남 사람에게 유감이 있는 것은 아니다. 부동산 문제에 대해 정책을 세우다 보니 강남에 정책이 집중된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내각제 의견이 없나, 할 생각이 없나=노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중앙언론사 논설책임자와의 간담회에서 ‘(연정 대신) 차라리 내각제 개헌을 추진하는 게 어떠냐’는 질문이 나오자 “잘못하면 정국이 엉뚱한 방향으로 갈 우려가 있기 때문에 대답을 피하겠다. 별 의견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7일에는 박 대표가 ‘내각제로 가려는 거냐’고 추궁하듯 묻자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고 못 박았다. ▽열린우리당 창당은 호남당 탈피?=노 대통령은 2002년 대선 당시인 3월 15일 광주방송 주최 TV 토론에서 “내가 대통령이 되면 영남 대통령도, 호남 대통령도 아닌 민주당의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선 과정에서 민주당 내에서 후보 교체론이 제기된 이후 노 대통령의 인식은 크게 바뀌었다.

열린우리당으로 분당한 이후인 2003년 12월 노 대통령은 “총선에서 민주당을 찍으면 한나라당을 돕는 것”이라고 민주당을 공격했다. 그리고 7일에는 민주당을 사실상 ‘호남당’으로 규정했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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