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5년 9월 1일 09시 01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지난달 29일 오후 2시 학교 강당에서는 설동근(薛東根) 부산시교육감을 비롯해 교육위원과 향토기업인 등 200여명의 각계 인사가 참석했다.
겨우 14명을 위한 졸업식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그 정도로 과학영재학교에 대한 각계의 관심은 각별했다.
졸업생 중 최연소인 박영수(14) 군은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 오창현(15) 군은 미국 컬럼비아대학의 입학허가를 받았다. 나머지 학생들도 포항공대와 KAIST로 진학이 확정됐다.
이들은 토익과 토플시험에서 만점을 받거나 만점에 가까운 성적을 올렸으며 각종 수학 과학 경시대회에서 입상경력도 화려하다. 전원이 연간 1000만∼5000만원의 장학금도 확보했다.
내년 2월에 졸업할 123명도 대부분 포항공대 KAIST 등으로 진학이 사실상 확정됐다.
백지상태에서 과학영재학교의 초석을 다지기 위해 지난 3년을 하루처럼 보낸 문정오(文定五) 교장의 눈에는 감격의 눈물이 핑 돌았다.
그러나 마냥 감격스럽지만은 않았다. 졸업생들의 향후 진로에 대한 걱정 때문이었다.
문 교장은 “창의성을 중시하는 특수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대학의 일반화된 교육과정을 거치며 평범해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돼 밤잠이 오지 않을 정도”라고 말했다.
무학년 졸업학점제(170학점)로 운영되는 과학영재학교는 국어와 사회 역사 등 일부 과목을 제외하고는 영어로 수업이 진행된다.
교육과정도 토론과 연구중심이고 논문도 발표해야 한다. 교사들도 석박사급 이상이고 러시아 등 외국인 교수들도 강의에 참여하고 있다.
수능시험을 준비하는 일반 고교의 교육과정과는 완전 딴판이다. 학생들은 이미 준비된 과학자의 자질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 대학의 학부 과정은 이들의 잠재능력을 개발할 여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문 교장은 “과학분야에서 걸출한 인재가 많이 배출되지 않으면 한국의 미래는 암담한 상황이지만 정착 이공계 대학의 현실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한탄했다.
이 때문에 내년 졸업예정자 중 6명이 의과대학 진학을 결심했고 앞으로 그 숫자가 더 늘어날까봐 학교 측에서는 걱정이 태산이다.
문 교장은 “제2의 황우석(黃禹錫) 교수를 꿈꾸고 있는 이들을 좌절시키지 않으려면 교육부와 대학을 비롯해 우리 사회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