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에 긴급조정권 발동]국민불편-경제타격에 초강수

  • 입력 2005년 8월 11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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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 파업에 대해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발동한 10일 오후 충북 보은군 신정리 유스타운에서 농성을 계속해 온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들이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보은=원대연  기자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 파업에 대해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발동한 10일 오후 충북 보은군 신정리 유스타운에서 농성을 계속해 온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들이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보은=원대연 기자
《정부가 10일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 파업에 대해 긴급조정권 카드를 꺼내든 것은 이번 사태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액만 4000억 원대를 넘어서는 등 국민경제에 대한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긴급조정권 발동으로 아시아나항공 노사 양측은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에 따라 30일간 협상을 벌이게 되지만 이견이 워낙 커 자율 타결 전망은 미지수다.》

▽긴급조정권 발동 배경=아시아나항공의 추산에 따르면 25일간의 파업으로 국제선과 국내선, 화물노선 2432편이 무더기로 결항되면서 아시아나항공과 여행사 등 관련 업계의 피해액이 10일 현재 4241억 원으로 불어났다.

앞서 파업에 참가하지 않은 조종사들의 피로 누적으로 안전에 대한 우려까지 제기되면서 국민의 비판이 높아지자 김대환(金大煥) 노동부 장관은 3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긴급조정권 발동을 경고했다.

하지만 긴급조정권 발동에 따르는 정부의 부담도 컸다. 당장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연대파업을 경고하고 나서는 등 강력히 반발했다.

정부가 10일 하루 동안 긴급조정권 발동을 몇 차례나 뒤로 미루면서 정병석(鄭秉錫) 노동부 차관과 김용덕(金容德) 건설교통부 차관을 협상장에 보내 타결을 독려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오후 4시 이후 노조가 13개 핵심 쟁점 외에 나머지 쟁점도 일괄 타결하자고 요구하면서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이 과정에서 조종사노조는 사측과 더 이상 얘기가 안 된다며 차라리 긴급조정권이 발동돼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을 받는 게 낫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절차 및 전망=긴급조정권이 발동됨에 따라 중앙노동위원회는 즉각 조정위원회를 꾸려 15일간 조정에 나서게 된다. 노사가 이 기간에 타결을 짓지 못하면 정부는 추가로 15일 동안 강제중재안을 만들어 노사에 제시하게 되고 노사는 이를 무조건 받아들여야 한다. 노사가 자율 타결을 할 수 있는 여유가 30일은 있는 셈이다.

자율 타결 가능성은 미지수다. 노사는 이날 13개 핵심 쟁점 가운데 비행안전과 관련된 휴무나 정년, 비행휴무(질병으로 비행이 불가능한 경우 적용되는 휴가) 등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상당 부분 이견을 좁혔다.

하지만 정년 연장이나 휴무 등은 사측의 추가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아 쉽게 접점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연대파업 벌어지나?=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에 대해 민주노총은 11일 기자회견을 통해 구체적인 투쟁 일정을 밝히기로 했다.

앞서 민주노총 운수연대는 9일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발동하면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전면 총파업 돌입 △철도노조는 결항으로 인한 추가 수송작업 전면 거부 △화물연대와 민주택시연맹은 대규모 차량시위 전개 등 연대투쟁 방침을 정한 바 있다.

한국노총도 이날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 조치를 강력히 비판하면서 민주노총의 투쟁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실제로 다른 산별노조가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와 연대파업을 벌여 교통·운수 대란이 일어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휴가철인 데다 산별노조가 연대파업에 돌입하면 노동법상 제3자 개입금지 원칙을 위반한 불법 파업으로 간주돼 사법처리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긴급조정권: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라 노동부 장관이 발동한다. 발동 즉시 쟁의행위가 금지되며 30일간 쟁의행위를 재개할 수 없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지체 없이 조정을 개시하는데 15일 이내에 조정이 성립될 가망이 없다고 판단되면 중재에 회부할 수 있고 중재안은 단체협약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속리산 농성장 표정▼

지난달 24일부터 충북 보은군 산외면 신정리 유스타운에서 농성을 계속해 온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원 400여 명은 10일 오후 6시 긴급조정권이 발동되자 크게 술렁였다.

특히 농성장 주변에 배치됐던 15개 중대 1800여 명의 경찰들이 주위를 3, 4겹으로 에워싸자 “공권력이 투입되는 게 아니냐”며 분위기가 긴박해졌다.

조합원들 대부분은 각자의 방에서 사태를 관망했지만, 일부 조합원들은 경찰과 맞서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오후 7시경 김영근(53)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교섭단이 충북 청원군 초정스파텔 협상장에서 농성장으로 돌아오자 노조원들은 정문 입구에 도열해 박수를 치며 교섭단을 환영했다.

노조 집행부는 쟁의대책위원회를 가진 뒤 기자회견에서 “파업은 끝내지만 투쟁은 멈출 수 없다”며 “일단 업무에 복귀해 비행에 나서겠지만 복지 증진과 근로조건 개선, 인사 정책을 수립해 우리가 원하는 안전 운항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이날 긴급조정권이 발동된 직후 노조원들에게 11일 오전 8시까지 자택에서 대기하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 업무 복귀를 독려했다.

그러나 노조 측은 11일 오전 농성장을 출발해 오후 2시 서울 여의도에서 민주노총 등과 함께 ‘참여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 규탄대회’를 연 뒤 김포공항으로 가 해산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경찰은 이날 오후 9시 반 병력을 철수시켰다.

보은=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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