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나눔 네트워크]소년소녀가장등 900여명 축구장 가던날

  • 입력 2005년 7월 16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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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서울복지재단의 초청으로 인천 문학월드컵경기장을 찾은 소년소녀가장 등 저소득층 자녀들. 이들은 ‘고려대 프로 올스타팀’과 ‘PSV 아인트호벤’ 간의 축구경기를 보면서 열심히 고려대팀을 응원했다. 인천=신원건 기자
13일 서울복지재단의 초청으로 인천 문학월드컵경기장을 찾은 소년소녀가장 등 저소득층 자녀들. 이들은 ‘고려대 프로 올스타팀’과 ‘PSV 아인트호벤’ 간의 축구경기를 보면서 열심히 고려대팀을 응원했다. 인천=신원건 기자
“우와, 저기 등번호 10번이 박주영 형 맞지? 실제로 보니깐 더 멋있다.”

13일 오후 6시 20분 인천 문학월드컵경기장. 차범근 감독이 이끄는 ‘고려대 프로 올스타팀’과 거스 히딩크 감독의 ‘PSV 아인트호벤’의 축구경기가 시작되자 900여 명의 아이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이들은 서울과 인천의 아동보호시설에서 온 초등학생, 소년소녀가장, 저소득층 자녀 등 평소 스포츠경기 관람이 쉽지 않은 아이들. 주최 측은 이들을 위해 서울복지재단에 900여 개의 좌석을 제공했고, 재단은 아동시설협회, 복지관협회 등을 통해 30여 개의 시설에 초청장을 돌렸다. 이는 동아일보사와 재단이 함께하고 있는 ‘행복나눔 네트워크’의 객석 나눔 행사의 일환이다.

서울 은평구 신사동에서 지하철을 3번이나 갈아타고 왔다는 김소영(가명·12) 양은 경기 내내 싱글벙글했다.

“축구장에 처음 와보는데 TV로 보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어요. 고려대에 다니는 오빠, 언니들 응원하는 모습도 신기해요. 저도 나중에 대학교 가서 저렇게 응원해보고 싶어요. 아빠, 엄마랑 같이 못 와서 서운한 것 빼고는 다 좋아요.”

22명의 아이들과 함께 경기장을 찾은 ‘신사복지관’ 장효선(42) 사회복지사는 “초청 인원이 한정돼 있어 부득이 가위바위보를 해 이긴 애들만 데리고 왔다”며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복지관에 남아 있는 아이들 생각이 나 경기를 보면서도 마음이 안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기회가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속마음을 내비쳤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 ‘구세군서울후생원’에서 온 박영수(가명·11) 군도 평소 좋아하는 박주영 선수가 그라운드에 나타나자 신이 났다.

“이영표 형도 좋지만 박주영 형이 더 좋아요. 그래서 전 고려대를 응원할 거예요. 나중에 박주영 형처럼 멋있고 실력 있는 축구 선수가 되고 싶어요.”

이날 경기는 PSV 아인트호벤이 고려대를 1-0으로 이겼다. 박주영 선수와 홍명보 선수를 응원하던 아이들 얼굴에는 서운한 모습이 역력했다.

경기 후에는 레이저쇼와 가수 인순이의 축하 공연이 이어졌다. 집으로 가기 위해서는 지하철을 3, 4번 갈아타고, 버스도 타야 하지만 아이들의 표정은 밝았다.

서울복지재단 박미석(朴美碩) 대표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모든 공연의 객석 5%를 소외 계층에게 무료로 나눠주는 ‘객석 나눔’ 행사가 호응이 높다”며 “문화 공연뿐 아니라 스포츠 공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소외계층을 위한 나눔 행사가 활발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객석 나눔 캠페인에 참가를 원하면 재단(02-738-3181)으로 문의하거나 홈페이지(www.welfare.seoul.kr)를 참고하면 된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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