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교육현장/서구 은지초교 숲속 생태교실

  • 입력 2005년 6월 28일 08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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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돌을 들어올리니 정말 가재가 살고 있어요. 작은 새우도 보이는데요.”(학생)

“사람이 그냥 마셔도 되는 맑은 물에 사는 가재는 옆새우를 먹고 살아요. 요즘 알에서 깨어난 새끼 가재가 많을 겁니다.”(교사)

인천 서구 검암동 은지초교 학생들은 숲에서 서식하는 각종 생물을 훤하게 꿰고 있다.

지난해 9월 개교한 이 학교가 재량활동시간을 이용해 인근 허암산(험봉산)에서 전교생을 상대로 ‘숲 속 생태교실’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으로 지정돼 오염되지 않은 자연림을 유지하고 있는 이 산에는 도심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딱따구리와 소쩍새 뻐꾸기 꾀꼬리 박새 등 10여종이 넘는 조류들이 둥지를 틀고 있다.

다람쥐 등 학생들에게 친숙한 동물과 반딧불이 등 곤충을 비롯해 실개천에는 가재와 달팽이 개구리도 서식한다. 또 수령(樹齡)이 오래된 생강나무 엄나무 밤나무 등이 맑은 공기를 내뿜고 찔레꽃 등 야생화가 사계절 곱게 피어난다.

오기남(56) 교장은 지난해 허암산을 산책하다가 이 곳에 서식하는 다양한 동식물을 발견한 뒤 학생들에게도 ‘숲의 향기’를 맡게 해 줄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오 교장은 교사들과 직접 산책로를 답사하며 효과적인 생태교육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각 학급 별로 조를 짜 약 2km에 이르는 산책로를 돌면서 숲을 소재로 한 시를 쓰고 맨발로 흙을 밟아보게 한다. 나무껍질과 잎사귀 등을 만져보게 한 뒤 탄소동화작용의 원리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하얀색 손수건을 쑥이나 엉겅퀴 노랑꽃 등으로 물들이는 손수건 자연염색은 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체험코스다. 계절 별 테마수업도 돋보이는 프로그램. 봄에는 각종 봄꽃으로 화전을 부쳐 먹고 여름철에는 가재 살리기 캠페인 등을 벌이며 계곡 생태를 살핀다.

가을에는 밤송이 줍기, 짚풀 공예, 단풍잎 책갈피 만들기 등으로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주고 있다.

겨울에는 새들에게 집을 지어주고 먹이를 주는 등 환경지킴이로 변신한다.

6학년 이가연(12) 양은 “우리에게 늘 맑은 공기를 제공하는 숲의 주인은 인간이 아니라 숲에서 사는 생물들”이라며 “숲 속에서 열리는 수업을 다른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이 무척 부러워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수업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숲 해설가 오영미(41·여) 씨를 1년 동안 교사로 초빙해 전교생에게 수업할 계획이다.

오 교장은 “학생들이 숲 속 생태교실을 통해 환경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고 이는 자연스럽게 인성교육으로 이어 진다”고 말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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