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대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다니던 A(사건 당시 29세·여) 씨는 1998년 3월 교통사고로 정신분열증이 생겼다.
A 씨는 직장을 그만두고 병원 치료를 받다가 그해 10월 일용직 노동자 성모(당시 52세) 씨에게 사실상 납치됐다. 집 근처 공원에서 산책 중이던 A 씨를 성 씨가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강제로 동거에 들어간 것.
A 씨의 어머니는 경찰에 가출신고를 하고 딸을 찾아다녔다. 그러나 성 씨는 판단능력이 없는 A 씨를 데리고 제주도 등으로 8차례나 주거지를 옮기며 가족과 경찰의 추적을 피했다. 성 씨와 살면서 A 씨는 3차례나 임신중절 수술을 받은 것으로 검찰 조사결과 확인됐다.
다행히 A 씨는 지난달 14일 길거리를 배회하다 경찰에 발견돼 6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검찰은 성 씨를 5일 뒤 구속했으나 형법상 ‘결혼 유인죄’는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하는 친고죄였기 때문에 처벌이 어려웠다. 방법은 A 씨가 법원에서 한정치산이나 금치산 선고를 받아 가족이 대신 고소하는 것뿐.
담당검사인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의 김학자(金鶴子) 검사는 A 씨 어머니에게 직접 한정치산 선고 신청서를 작성해주고, 법원에 협조 요청도 해 구속기간인 20일 이내에 성 씨를 기소하는 데 성공했다.
김 검사는 “정신질환 피해자도 소송능력이 없는 피고인의 경우처럼 법원이 직권으로 또는 검사의 청구로 특별대리인 선임을 할 수 있도록 법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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