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라면으로 끼니 떼우지 마세요"

  • 입력 2005년 6월 10일 15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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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당신, 그리고 내 아이들! 며칠 전 큰 아이가 보내온 메일에 '아빠 요즘 밥은 뭐하고 먹어?'하고 물었는데 '그냥 라면으로 저녁을 때웠어'하고 아무 생각 없이 메일을 보냈답니다. 그런데 아들이 보내온 메일이 있습니다. 그 메일을 보고 얼마나 눈물이 나던지 아침에 눈이 너무 부어서 냉장고 얼음 다 썼답니다"- 중국 장춘으로 아들과 아내를 떠나보낸 김모씨.

자신은 국내에 남아 돈을 벌고 가족은 해외에 보내는 등 소위 '기러기가족'의 애틋한 사연이다.

아시아나 항공은 지난 5월 한 달간 홈페이지를 통해 '기러기 가족사랑 이벤트'를 실시하여 당선된 구구 절절한 사연을 선발했다.

최종 선발된 가족의 사연은 다음과 같다.

"사실 아빠도 네 합격통지를 받고 무척 기뻤지만 또 한편으로는 가슴 한 구석이 서늘하게 무너지는 것을 느꼈다. 네가 잘하면 잘할수록 이제는 나의 품에서 더 멀리 떠나게 되는구나 하는 아릿함이 울컥 밀려왔기 때문이지"-중국 선양으로 음악공부 떠난 딸과 아내에게 전하는 김모씨.

"7월말이면 엄마와 형과 네가 미국으로 떠난 지 만 6년이 되는구나. 너의 자폐에 의한 언어장애로 말을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들은 지가 벌써 12년이 다 되었구나. 아빠와 엄마는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너에게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주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곤 6년 전 노스웨스턴대학 메디컬센터가 있는 시카고로 떠났지"-자폐아들 치료 위해 뉴욕으로 가족 보낸 김모씨.

"사랑하는 아들아, 네가 이곳에 있을 때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한 적이 있었다는 것과 그런 문제로 많이 힘들었었다는 사실조차 헤아리지 못 했었다는 게 엄마의 마음을 매우 아프게 했단다"-학교에서 '왕따' 당한 아들을 시애틀에 보낸 박모씨.

"며칠 전 한국에 전화했을 때 할머니가 그러더구나. 네가 엄마가 잤던 이불을 붙들고 운다고. 엄마 보고 싶다고. 41개월밖에 안돼서 아무 것도 모를 꺼라 생각했는데 그 말을 듣던 날 하루 종일 일손이 안 잡혀서 또 울었단다"-가족과 떨어져 런던에서 지내는 이모씨.

이 사연들은 아시아나항공 홈페이지(www.flyasiana.com)에서 전문을 읽을 수 있다.

항공사 관계자는 "최종 선정된 다섯 명은 가족이 거주하는 도시와 가장 가까운 취항지 왕복항공권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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