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銀-복지부 ‘담뱃값 인상과 성장률 하락’ 논쟁

  • 입력 2005년 5월 14일 03시 12분


박승 한은총재(왼쪽)과 김근태 복지부장관
박승 한은총재(왼쪽)과 김근태 복지부장관
박승(朴昇) 한국은행 총재와 김근태(金槿泰) 보건복지부 장관이 담뱃값 인상을 놓고 한판 붙었다.

박 총재가 1분기(1∼3월) 경제성장률을 낮춘 ‘주범’으로 담뱃값 인상을 지목하자 김 장관은 그렇지 않다는 논리를 폈다.

김 장관은 12일 기자간담회에서 담뱃값 인상이 성장률을 떨어뜨렸다는 한은의 주장에 대해 “국민 건강은 한 나라의 경쟁력과 생산성을 위해서도 중요하다”며 “국가의 부(富)를 ‘물량’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7월 담뱃값 추가 인상이 물가에 미칠 영향을 염두에 둔 듯 “담뱃값을 물가지수 산정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장관회의에서 주장했다”고 덧붙였다.

박 총재는 같은 날 “작년 말 담뱃값 인상이 1분기 성장률을 0.4%포인트 정도 끌어내렸다”고 설명했다.

담뱃값 인상을 앞두고 판매상들이 사재기를 한 데다 금연 열풍으로 1분기 담배생산이 예년의 절반에도 못 미쳐 성장의 암초로 작용했다는 것.

한은과 복지부는 이달 초에도 전초전을 벌인 바 있다.

한은 관계자가 “담뱃값 인상으로 1분기 경제성장률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하자 복지부는 곧바로 해명자료를 내고 “담뱃값 인상은 오히려 국내총생산(GDP) 증가를 가져온다”고 반박했다.

복지부의 논리는 담배 제조뿐 아니라 판매, 조세 수입 증가에 따른 재정지출 증가 등을 감안하면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GDP가 늘어난다는 것.

박 총재는 김 장관의 ‘물가지수에서 담뱃값 제외’ 주장과 관련해 “그럴 필요가 있긴 하다”면서도 “담뱃값을 포함한 흡연자용 물가지수, 담뱃값을 뺀 비(非)흡연자용 물가지수를 계산해야 한다”고 말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뜻을 내비쳤다.

정경준 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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