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교직윤리헌장과 스승의 날

  • 입력 2005년 5월 13일 21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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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을 앞둔 어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교직윤리헌장을 발표했다. ‘교육자의 품성과 언행이 학생의 인격 형성을 좌우할 뿐 아니라 사회의 윤리적 지표가 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로 이어지는 헌장엔 ‘성적평가를 투명하고 엄정하게 처리한다’는 다짐도 붙어 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짜 신문엔 촌지를 받은 고교 교사들이 성적을 조작한 혐의로 조사를 받는다는 기사가 실렸다. 급식업체에서 돈을 받아 고발된 교장도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부정 사건, 인성(人性)교육 위기 등에 대해 사회 원로들이 “우리가 제대로 못 가르쳤기 때문”이라며 스스로 종아리를 친 것이 석 달 전이다. 그 후에도 교육계 비리가 잇따르는 현실은 참담하다. 윤리헌장이 나온 뒤에도 ‘헌장 따로, 현장 따로’에 그친다면 학생들이 교사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학교에선 촌지 보내지 말라는 가정통신문을 보내고 학부모는 교사를 찾아가기도, 그냥 있기도 어색한 스승의 날을 언제까지 견뎌야 하는지 안타깝다. 차라리 스승의 날을 2월 말로 옮기자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도 교육이 희망일 수밖에 없다. 학창시절을 돌아볼 때 가슴에 남는 스승 한 분 없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분들이 있어 오늘의 기성세대가 성장했고 세계 10대 경제권의 대한민국을 일궈냈다. 본분을 외면한 학교나 교사의 문제가 불거지긴 해도 이는 일부일 뿐, 묵묵히 책무를 다하는 교육자들이 더 많이 학교 현장에 있음을 우리는 안다.

이제야말로 스승의 모범을 보여 줄 때다. 윤종건 교총회장이 기념사에서 밝혔듯, 시대가 변하고 세태가 달라졌다 해도 교사는 이 사회의 사표(師表)가 돼야 한다. 이는 교총의 첫째 실천 방향인 ‘홍보 강화’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선언과 홍보뿐인 윤리헌장이 아니라 구체적 행동으로 보여 주는 진정한 스승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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