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외교관에 주부까지 1만3000명…인터넷 해외도박 250억 날려

  • 입력 2005년 5월 1일 1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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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 서버를 둔 50여 개 인터넷 도박사이트에 가입해 도박을 한 국립대 교수와 외교관, 가정주부 등 1만3000여 명이 경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모두 신용카드로 도박자금을 결제했는데 지난해 결제자금만 120억여 원(전자상거래로 위장한 결제를 포함해 250억 원)이나 된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해외 인터넷 도박사이트에서 1억여 원을 결제한 혐의(상습도박)로 유모(49·무직) 씨 등 7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현직 외교관 김모(41), 지방의 국립대 교수 홍모(62) 씨 등 2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일 밝혔다. 경찰은 정보통신부에 인터넷 도박사이트 50여 개에 대한 접속을 차단해 줄 것을 요청했다.

▽실태=경찰에 따르면 인터넷상에서 각종 도박을 할 수 있는 사이트는 50여 개로 한국인은 이 가운데 21개 사이트를 주로 이용한다.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 영어 등 8개국 이상의 언어로 운영되며 사이트 운영자는 쓰레기편지(스팸메일)를 보내 인터넷 도박에 관심 있는 사람을 모집한다.

이들 사이트는 영문이름 등 간단한 개인정보와 계좌번호를 입력하면 누구나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인터넷에서 잭폿을 터뜨리면 한번에 수백만∼수천만 원을 벌 수 있다는 말이 돌고 있지만 통상 4000여만 원을 베팅해야 겨우 1500만∼2500만 원 정도를 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교관, 교수, 가정주부까지=해외주재 대사관에 근무하는 외교통상부 서기관 김 씨는 지난해 총 122차례에 걸쳐 3000만 원, 지방의 한 국립대 홍 교수는 382차례에 걸쳐 2600만 원을 결제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구속된 유 씨는 지난해 736차례 1억1000여만 원을 도박자금으로 결제했으며 음식점 종업원 강모(32·여) 씨는 동생의 카드로 9900여만 원을 결제해 동생이 신용불량자가 될 처지에 놓였다. ▽적발경위=경찰은 최근 신용카드회사를 압수수색해 고객의 결제명세를 확보했으며 이를 통해 지난해에만 5만621회에 걸쳐 120억 원이 도박자금으로 결제된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전자상거래 사이트로 위장한 결제명세까지 포함하면 250억 원, 해외 도박장에서 신용카드 등으로 직접 결제한 돈까지 합치면 신용카드로만 지난해 1000억 원 이상의 도박자금이 해외로 유출됐다고 설명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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