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2008입시 ‘사실상 본고사’ 파장… 내신위주大入 흔들

  • 입력 2005년 5월 1일 1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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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가 지난달 29일 2008학년도 대입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자격고사로 활용하고 논술 면접 위주로 전형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본고사 부활 논란이 벌어지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서울대의 이 같은 방침은 다른 대학의 전형 방식에도 영향을 미쳐 내신 중심으로 선발하겠다는 정부의 ‘2008학년도 이후 대입 전형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예견된 혼란=고교별로 학생들의 실력 차가 큰 상황에서 내신 위주의 전형을 실시하겠다는 2008학년도 이후 대입제도는 처음부터 한계를 안고 있었다.

2005학년도 대입에서 전국의 2095개 고교 가운데 13개 고교가 서울대에 20명 이상을 합격시켰고, 60개 고교가 10명 이상의 합격생을 배출했다. 하지만 1272개 고교는 서울대 합격생을 한 명도 내지 못했을 정도로 고교별로 학력 차가 존재하고 있다.

주요대학의 2006학년도
정시모집 전형요소별 반영비율
모집계열학생부수능면접구술논술
인문4050 10
자연44.455.6
인문5040 10
자연5050
인문1001002525
자연10010050
인문4057 3
자연4060
인문47.4∼47.948.5∼47.9 4.1∼4.2
자연5050
인문4848 4
자연5050
인문4045 5
자연4060
*서울대만 점. 나머지는 % 자료:종로학원

▽“논술·면접으로 뽑겠다”=서울대는 2008학년도부터 ‘논술 40%+면접 20%+내신 40%’를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논술과 심층면접 등 ‘대학별 고사’로 학생을 선발하겠다는 의미다.

현행 대입제도에서도 200개 4년제 대학의 내신 외형 반영 비율은 40% 정도지만 기본점수 등을 제외한 실질 반영 비율은 10% 내외에 불과하다. 그나마 서울의 주요 대학은 5∼8%에 머물고 있다.

서울대는 현 입시에서도 교과 성적 석차백분율 10% 이내 지원자에게 모두 만점을 주고 있다. 9등급을 적용할 경우 11% 선인 2등급까지 만점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교과별 성적이 반영되기 때문에 단순 계산은 어렵지만 한 학년이 400명인 학교에서는 44명까지도 내신 만점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대성학원 이영덕 평가실장은 “이렇게 되면 특수목적고 등 일부학교를 제외하고는 내신 때문에 서울대에 진학하지 못하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논술 어떻게 치러질까=서울대는 언어논술과 수리논술을 기본으로 인문계열은 사회, 자연계열은 과학을 평가하는 ‘교과논술’ 형식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일정 분량의 글을 읽고 핵심 내용을 정리하는 ‘단답형 논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수시모집에서 실시해 온 심층면접도 정시모집에 도입될 전망이다.

교과논술은 이미 일부 대학이 도입해 실시하고 있어 서울대가 교과논술을 도입한다면 이들 대학의 방식을 참고할 것으로 보인다.

언어논술은 한글 지문과 영문 지문을 몇 개 제시하고 이를 요약하라는 문제와 주제에 대한 수험생의 생각을 논술하는 형식이다. 수리논술은 수학문제를 풀이 과정까지 자세히 쓰도록 한다.


▼주요대학 반응▼

▽타 대학, 교육부 반응=대부분의 대학은 서울대의 결정이 내신과 수능의 변별력 약화에 따른 당연한 조치라며 “교육부의 조치를 보고 학교 방침을 정하겠다”는 반응이다.

고려대 김인묵 입학처장은 “대학마다 학교에 맞는 전형 방법으로 학생을 선발할 수 있도록 대학의 자율권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별 고사의 비중은 높아지겠지만 서울대의 방식을 그대로 따라가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성균관대 현선해 입학처장은 “많은 사립대는 수능을 자격고사로만 하지 않고 일정 부분 점수화해 반영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숙명여대 박동곤 입학처장도 “논술 비중을 더 높일 수밖에 없지만 앞으로 고교 내신이 어느 정도 변별력을 갖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반드시 서울대 방식을 따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서울대가 ‘지필형 본고사’를 치를 경우 행정지도 등의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교육부는 1일 밤 보도자료를 통해 “서울대의 방침은 내신의 상대적 반영비율을 높여 학교교육을 정상화하려는 기본 취지에 어긋난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교육부는 이어 “서울대의 논술 비중 확대 방침이 사실상 본고사의 부활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홍성철 기자 sungchul@donga.com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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