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 상자에… 초밥상자에… 마사회 기막힌 뇌물돌리기

  • 입력 2005년 4월 11일 02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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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고등어 상자 속 돈다발윤영호 전 마사회장이 마사회 출신 직원들이 설립한 회사에 특혜를 주고 그 대가로 돈을 받을 때 사용된 것과 같은 종류의 간 고등어 상자와 그 안에 든 3000만 원. 사진 제공 서울중앙지검
간고등어 상자 속 돈다발
윤영호 전 마사회장이 마사회 출신 직원들이 설립한 회사에 특혜를 주고 그 대가로 돈을 받을 때 사용된 것과 같은 종류의 간 고등어 상자와 그 안에 든 3000만 원. 사진 제공 서울중앙지검
한 해 연인원(延人員)1600만 명이 즐기는 경마로 연간 5조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는 한국 마사회가 비리로 얼룩져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임 회장 2명은 공기업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분사된 마사회 시설물 관리 용역회사인 ㈜R&T 대표 조모(44) 씨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았다.

마사회 부장 등 직원 3명도 이 회사로부터 회식비 명목으로 정기적으로 돈을 받았다가 불구속 기소되거나 약식 기소됐다.

마사회 직원들은 그 대가로 이 회사의 용역비를 높게 책정해 줬다.

윤영호(尹英鎬·65) 씨는 2000년 4월 총선에서 여당인 민주당 후보로 경북에서 출마했다가 낙선한 뒤 그해 11월 마사회장에 취임했다.

윤 씨는 마사회 자금을 횡령해 자신의 정치 활동 경비로 사용했다. 마사회 법인카드로 주변 음식점 등에서 ‘카드깡’을 해 마련한 1500만 원을 지역구 활동비용으로 사용하는 등 4500여만 원을 횡령한 것.

윤 씨는 2001년 6월부터 2003년 3월까지 분사 당시 노사 합의사항이던 인터넷경마 중계사업권과 관련해 조 씨로부터 약속 이행 등의 청탁과 함께 1억4000만 원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윤 씨에 이어 2003년 8월 취임한 박창정(朴昌正·60) 씨는 같은 해 10월 조 씨로부터 R&T 운영과 관련한 청탁과 함께 1900만 원을 받았다.

조 씨는 뇌물을 상납하면서 1만 원권 지폐를 간고등어 상자나 곶감 상자, 초밥도시락 상자 등에 담아서 전달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간고등어 상자에는 3000만 원, 곶감 상자에는 2000만 원, 초밥도시락 상자에는 300만 원이 들어갔다는 것. 조 씨는 미화 1만 달러를 전달할 때는 편지봉투를 사용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고건호·高建鎬)는 윤 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하고, 박 씨는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10일 밝혔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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