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5주년]CEO 독서량 보면 회사의 앞날 보인다

  • 입력 2005년 3월 31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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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최고경영자에 대한 가장 보편적 호칭은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사장, 회장이었다. 그런데 이 호칭은 권위 의식에 젖어 있고 때가 묻은 것 같아서 최근에는 잘 사용되지 않는다. 그래서 요즈음에는 ‘최고집행관’ 혹은 ‘최고경영자’로 다소 어색하게 번역될 수밖에 없는 CEO(Chief Executive Officer)라는 용어를 선호하는 듯하다.

그러면 사장, 회장과 CEO 간에는 무슨 차이가 있을까. 과거 사장이나 회장이 되기 위해서는 사업에 필요한 자본금을 투자해서 주식을 많이 보유해야 했다. 그러나 오늘날의 CEO는 주식보다 기업을 이끌고 나갈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 이제 최고경영자는 돈이 있어도 능력이 없으면 얼마든지 도태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CEO가 능력을 갖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 공부를 통해 지혜를 터득하고 지식을 익힐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삶을 자동차에 비유한다면 지혜는 자동차가 바른 길로 가게 해주는 운전대이고, 지식은 자동차 엔진을 움직이는 데 필요한 연료다. 운전대와 연료가 없는 자동차를 생각할 수 없듯이 지혜와 지식이 없는 CEO에게 어떻게 기업의 운명을 맡기겠는가.

지혜는 혼자서 책과 사색을 통해 깨달을 수도 있고, 여럿이 모여 토론하는 과정에서 깨달을 수도 있다. 지식 역시 책을 읽으면서 얻을 수도 있고, 학교를 다니면서 강의를 통해 얻을 수도 있다. 독자적 공부와 상호 의존적 공부는 서로 보완적인 효과를 주기 때문에 함께 시도할 필요가 있다.

가장 바람직한 공부는 여럿이 모여서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는 것이다. 먼저 책 읽기라는 독자적 방법을 통해서 지혜와 지식에 접근한 후, 함께 모여 저자, 또는 강사로부터 강의를 듣고 참석자들과 토론하는 가운데 상호의존적으로 지혜와 지식을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필자가 참여하고 있는 ‘경영자독서모임’은 70여 명의 CEO가 매주 책 한 권을 읽으면서 저자의 강의를 들은 다음, 토론을 벌인다. 1995년에 시작한 이 모임에는 지금까지 만 10년을 개근하고 있는 CEO가 두 분 있고, 다른 분들도 7∼8년씩 꾸준히 다니고 있다.

이 중에서 10년간 개근하고 있는 한 분은 사업을 시작한 첫해에 이 모임에 참가했다. 그는 “책에 써 있는 대로, 그리고 저자가 강의한 대로 사업을 했더니 회사가 번창하더라”고 말했다. 당연한 말이다. 책에는 구구절절 기업을 발전시키는 방법이 써 있을 것 아닌가.

기업을 이끌어 가는 능력을 끊임없이 연마해야 하는 CEO에게 책 읽기는 취미생활이 아니다. 책 읽기는 CEO가 자신의 능력을 향상시켜 기업을 발전시키는 지름길이다. 책을 읽지 않는 CEO는 기업을 망친다.

조동성 서울대 경영대 교수

▼‘CEO에 권하는 20권’…경영자독서모임-본보 선정▼

▽싸우고 지는 사람 싸우지 않고 이기는 사람(송병락 지음·청림출판) ▽세계를 난타한 남자 문화CEO 송승환(송승환 지음·북키앙) ▽제3의 길과 신자유주의(김수행 외 지음·서울대 출판부) ▽이기적 유전자(리처드 도킨스 지음·홍영남 옮김·을유문화사) ▽미학오디세이 3(진중권 지음·휴머니스트) ▽한국인의 정체성(탁석산 지음·책세상) ▽나? vs 나!(양창순 지음·현대문학)

▽링크(A L 바라바시 지음·강병남 김기훈 옮김·동아시아) ▽영어를 공용어로 삼자(복거일 지음·삼성경제연구소) ▽CEO가 본 CEO 히딩크(조동성 엮음·백년글사랑) ▽이슬람 문명(정수일 지음·창비) ▽과학콘서트(정재승 지음·동아시아)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신경림 지음·우리교육) ▽색의 유혹 1-재미있는 13가지 색깔 이야기(에바 헬러 지음·이영희 옮김·예담) ▽서울에서 서울을 찾는다(홍성태 지음·궁리) ▽통하고 싶은가(강미은 지음·매일경제신문사) ▽코카콜라는 어떻게 산타에게 빨간 옷을 입혔는가(김병도 지음·이현우 옮 김·21세기북스) ▽설득의 심리학(이현우 지음·21세기북스) ▽일상의 발견(김용석 지음·푸른숲) ▽나의 생명 이야기(황우석 최재천 김병종 지음·효형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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