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10년째 쓰레기수거등 봉사…‘학산 지킴이’박왕규씨

  • 입력 2005년 3월 28일 1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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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산(鶴山)이 갈수록 깨끗해지는 것 같다’는 주민들의 말을 들을 때 보람을 느낍니다.”

대구 달서구에 사는 박왕규(朴王圭·53) 씨는 ‘학산 지킴이’로 불린다.

10여 년째 하루도 거르지 않고 쓰레기 수거용 배낭을 메고 집게를 든 채 학산에 오르는 그는 산 곳곳을 누비며 휴지 등을 줍고 손상된 나무를 돌보기도 한다.

달서구 월성, 상인, 본리동 일대 주민들이 가벼운 등산을 하거나 산책을 하는 이 산은 높이 360m, 면적 20여 만 평 정도로 야산에 가깝다.

그러나 이 산은 수년 전부터 주민들이 개간하는 텃밭이 늘면서 산림면적이 줄고 버려지는 쓰레기도 늘어나 몸살을 앓아 왔다.

이에 따라 홀로 보호활동을 펴온 그는 지난해 10월 주민들과 함께 ‘학산보호회’를 결성했다.

이 단체는 현재 회원이 1600여 명에 이르고 있다.

그는 “도심에 별도의 공원시설이 갖춰진 이런 좋은 산이 있다는 것은 주민들에게 큰 축복”이라며 “사랑받는 휴식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훼손된 곳에 나무를 심는 등 다양한 산림보호 운동을 추진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매달 사비를 들여 ‘학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라는 제목의 홍보물을 만들어 회원들과 함께 산을 오르내리는 주민들에게 나눠 주고 있다.

학산보호회는 최근 달서구청의 고민 하나를 해결해 주기도 했다.

구청 측이 학산의 황폐해진 곳에 나무심기를 계획해 놓고도 해당 부지 소유주인 Y학원 재단이사회의 동의를 받지 못해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자 이 보호회가 나선 것.

학산 남쪽 일대 부지 1만여 평의 소유주인 Y학원 재단이사회는 구청 측의 조림계획을 내부사정 등을 내세워 반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 씨 등은 이 학원 재단이사회를 방문해 학산 보호운동의 취지를 설명하며 ‘큰절’을 하는 등 정성을 보이자 재단 관계자가 흔쾌히 동의서를 작성해준 것이다.

3년 전 이 산에서 도토리를 따기 위해 돌로 나무를 훼손하던 주민들을 말리다 폭행을 당한 적도 있는 그는 “학산을 대구를 대표하는 ‘마을산’으로 꾸며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씨는 “개인적으로는 학산을 오르내리면서 건강을 되찾았다”며 “더 많은 주민들이 학산 지키기 운동에 동참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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