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형 ‘손버릇’ 왜 못 고치나?…전문가들 “도벽 중독-사회 부적응이 원인”

  • 입력 2005년 3월 27일 18시 24분


치과의사 집을 털다 경찰에 붙잡힌 ‘대도(大盜)’ 조세형(趙世衡·67) 씨가 26일 구속됐다.

경찰은 조 씨가 몇 차례 더 절도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최근 서울 시내에서 발생한 절도사건을 대상으로 연관성을 조사 중이다.

그러나 여전히 그의 범행 동기와 그동안의 행적 등에 관한 의문은 풀리지 않고 있다.

범죄심리학 전공자들은 대체로 조 씨가 오랜 도벽에서 벗어나지 못해 또다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연세대 이훈구(李勳求·심리학) 교수는 “절도는 열심히 일해서 부를 쌓는 게 아니라 한꺼번에 큰돈을 벌수 있다는 점 때문에 도박과 비슷한 쾌감을 줄 수 있다”면서 “조 씨에게 도둑질은 일종의 중독이나 마찬가지”라고 분석했다.

일상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스트레스에서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경찰대 표창원(表蒼園·범죄학) 교수는 “평생을 범죄자로 살다가 최근 몇 년간 가정을 갖고 종교활동을 하며 정상적인 삶을 살려다 보니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라며 “절도로 그런 스트레스를 해결하려고 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편 조 씨가 2000년 2월 독도로 본적지를 옮긴 것도 갖가지 추측을 낳고 있다. 아직까지 조 씨가 직접적으로 이 부분에 대해 해명한 적은 없다.

그러나 오랫동안 조 씨를 변호했던 엄상익(嚴相益) 변호사가 쓴 책 ‘대도 조세형, 감춰진 성역과 진실’에 따르면 조 씨의 아버지는 항일투쟁을 하다가 실종됐으며, 어머니도 아버지 때문에 당시 일본 경찰의 모진 고문을 받다 정신이상자가 됐다고 적혀 있다.

불우한 가정환경 탓에 보육원을 전전하던 조 씨는 결국 절도를 하게 됐는데 독도로 본적지를 옮긴 것도 이런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얘기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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