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청각장애인이 외국대학 교수로

  • 입력 2005년 2월 4일 14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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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청각장애인이 처음으로 외국 대학의 전임 교수가 됐다.

충남 천안의 나사렛대 재활복지대학원 국제수화통역과 졸업예정자인 이주애(李珠愛·29·청각장애 2급) 씨. 그는 3월부터 베이징리엔허(北京聯合)대 특수교육대학에서 중국 수화를 통해 '한국 수화'와 '한국 문화' 등의 과목을 가르친다.

이 씨는 외국인 전임 교수로 임용됐다는 소식을 듣고 무척이나 기뻐했다. 어린 시절 고열로 청각장애를 갖게 된 그는 한국구화학교에서 중고교 과정을 마치고 침례신학대학에서 신학을 공부한 뒤 한국 수화의 보급을 위해 나사렛대 재활복지대학원에 입학했다.

그가 중국 교단에 진출한 것은 한국 수화에 대한 수요가 학문적으로나 상업적으로 많아지고 있기 때문에 큰 의미가 있다.

이 대학에 따르면 한국 수화는 비록 중국 수화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졌지만 그동안 연구가 체계적으로 이뤄져 중국에서는 중국 수화 발전을 위해 거꾸로 벤치마킹하는 실정이다.

중국에서는 최근 들어 한국 수화를 배워 한국 농아인들의 중국 여행 가이드를 맡거나 한국에서 유학하려는 중국 청각장애인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중국의 청각장애인은 2170여만 명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씨는 "중국에서 한국 수화 전문가를 많이 양성해 두 나라 청각장애인 간의 가교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선교를 통해 중국에 복음도 전파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 씨를 지도해온 이준우(李峻宇) 교수는 "이 씨의 중국 교단 진출은 한국 수화 연구의 쾌거"라며 "앞으로도 국내 청각장애인들이 국제적으로 진출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대학의 국제수화통역과는 미국 중국 일본 한국 수화를 모두 배우는 이색학과로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세워졌으며 이 교수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4개국 수화가 모두 가능한 인물이다.

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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